한미정상회담, FTA 결렬로 딱딱해질 분위기 유머로 바꿔오바마 "좋은 두뇌 한국자산" MB "나쁜 곳 쓰는 두뇌도..."
  •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결렬로 11일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으나 이 대통령은 재치있는 농담으로 회담과 회견 분위기를 띄웠다.

    청와대에서 열린 두 정상 간의 회담과 오찬, 공동기자회견 등의 일정은 계획과 달리 시간을 크게 오버했다. 한미 FTA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 회담은 정오 15분에 시작해 30분간 예정돼 있었지만 오후 1시30분까지 75분간 진행됐고, 이 때문에 오찬 시간을 줄여야 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하려던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도 13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오후 2시 30분에 마무리 됐어야 할  기자회견은 2시 44분이 돼서야 끝났다.

    양국의 회담 및 오찬 배석자들도 한미FTA 담당자로 채워질 만큼 두 정상은 마지막까지 한미 FTA 타결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과는 협상 결렬.

    분위기는 무거워 질 수밖에 없는 상황.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한미 FTA 협상 결렬에 따른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재치있는 유머로 바꿨다.

    한 외신기자가 "미국의 통화정책이 한국에 투기 자금 유입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없느냐"고 묻자 "그런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없을 때 질문해야 되지 오바마 대통령 있을 때 질문하면 되느냐"라고 되물었고, 회견 참석자들은 한바탕 웃었다.

    정상회의 때는 기후변화와 미래 에너지 관련된 대화가 장시간 이어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은 미국처럼 자원을 많이 가진 게 없어 녹색성장 같은 미래 에너지를 해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은 좋은 두뇌가 있지 않느냐. 좋은 두뇌는 한국의 자산이다"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좋은 두뇌가 자산이긴 한데 좋은 곳에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고 농을 던졌다고 한 배석자는 전했다.

    한 관계자도 "기자회견에서도 분위기를 가볍게 하는 말씀을 해 자칫 FTA 때문에 딱딱하게 갈 회의 분위기가 부드럽게 갔다"고 소개했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미국산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바닷가재 등이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을 두고 FTA 협의가 난항을 겪는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