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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저녁 서울 중앙대 제2의학관의 한 강의실.
4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강단의 눈매가 날카로워 보이는 신사는 미리 준비한 교육 자료 영상을 바꿔가며 열성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
강연 주제는 ‘북한의 변화와 동북아 안보’. 강단에 선 사람은 김병관 예비역 대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
경기고를 졸업한 김 장군은 육사 28기 출신으로 합참 전략기획국장과 1군사령관을 역임한 전형적인 덕장. 김 장군은 이날 “젊은 대학생들의 강연 요청을 받고 ‘이런 젊은이들도 있구나’하는 기쁜 생각에 선뜻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 탓인지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김 장군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김 장군을 초청한 이들은 한국대학생포럼 학생들이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지난 해 3월 설립한 대학생 조직. 이들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건국과 성장, 민주화 중에서 민주화의 가치에만 초점을 두어, 대한민국의 탄생과 경제 성장의 소중한 가치를 애써 무시하려는 시도를 하고, 결국 역사를 왜곡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왜곡된 역사 인식하에서 대한민국을 역행시키려는 움직임을 준엄히 비판하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필요한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이날 김 장군은 1시간여에 걸쳐 북한의 체제 위기를 설명했다. 연이은 정책 실패로 김정일 정권은 곧 붕괴될 것으로 전망하고 북한 붕괴 후의 시나리오도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한 후 중국의 지배권에 들어갈 경우와, 한국이 북한을 흡수할 때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동북아 및 세계 여러 나라의 예상되는 반응과 이해관계도 자세히 강의했다.
김 장군은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 들어가는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 문제를 한국이 처리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라며 평소 북한 붕괴 후에 대비한 완벽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군은 특히 “남한 내 좌파의 방해로 서둘러 정책결정을 못할 경우 중국이 북한을 차지해 티베트처럼 지배하는 사태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강의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미연합사의 존재 의미, 전시작전권 문제 등에 대한 젊은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김 장군은 “좌편향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대부분인 속에서 한국대학생포럼 학생들이 그나마 균형추를 맞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해서 젊은 학생들이 올곧은 가치관을 갖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참석한 학생들은 “강의를 들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은 널리 전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