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중국에 환상을? 

     중국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이 말은 중국에 대한 국익외교와 선린외교를 소흘히 하자는 뜻이 아니다. 중국이 우리의 선의를 이해해, 김정일을 눌러 줄 것을 기대하지 말자는 뜻이다. 많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는 중국이 김정일을 싫어하는 나머지 그에게 압력을 가해서 빠떼루를 먹이게 할 수도 있다는 듯이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환상일 것이다. 

     중국이란 나라는 우선 그렇게 공정한 국가이성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중국의 통합성, 중화이기주의, 부국강병, 반미-반일과 이를 위한 북한 지역의 완충기능에 대한 절실한 필요, 한족(漢族) 패권주의 등을 위해서는 중국은 어떤 억지와 ‘무데뽀’도 마다하지 않을 나라다. 다른 나라들도 큰 차이가 없다 하겠지만 중국이 그 점에선 유달리 더 심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두고서 중국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그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객관성이라는 기준에서도 가히 절망적인 나라다. 

     중국은 김정일을 속으론 아주 싫어할지도 모른다. 중국 네티즌들 일부는 김정일을 욕하는 글도 더러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과 중국인들은 우리에 대해서 더 많은 샘과 심통과 혐오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까오리 펑즈’의 반쪽인 콩알 만한 남한이 자기들 땅덩이의 200분의 1도 채 안 되면서도 최근의 UNDP의 삶의 질(質) 순위에선 유럽 일부 국가보다도 높은 12위(자기들은 새까만 저 아래)를 기록했으니, 한(漢) 당(唐) 송(宋)의 후예(後裔)라는 그들 입장에선 정말 얼마나 아니꼽고 같잖고 아리고 뒤틀리고 자존심 확 구기는 노릇일 것인가? 

     게다가 중국은 김정일이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벌이는 발광(發狂)을 은근히 즐기는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기들이 대놓고 하지 못할 역할을 김정일이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김정일 덕택에 그들은 손 안 데고 코 푸는 격이다.  

     중국은 또한 공산당 국가다. 시장경제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100년 전의 서구열강과 일본의 중국 침탈에 대한 모택동적인 ‘신(新)민주주의 혁명론’의 세계관 자체를 청산한 사람들이라고 볼 근거는 희박하다. 그들은 모택동 말기의 문화혁명을 비판했을 뿐, 그의 초창기 혁명을 비판한 바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중국공산당과 김정일은 여전한 ‘동지관계’다.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역시 한-미 동맹과 유럽과의 친교 등, 선진 자유민주 진영과의 유대다. 그런 요청에서 이번의 G-20 서울회의는 아주 좋았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디까지 친할 수 있는 나라이고, 어디서부터는 우리 적(敵)의 친구인가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최근 들어 중국 스스로 그들이 우리 적의 ‘염치 코치 가리지 않는’ 아주 끈끈한 친구이자 빽임을 우리로 하여금 너무나 분명하게 알게 해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에 대한 중국의 상징은 역시 경복궁을 말 탄 채 들락거렸다는 원세개라 할 것인가?  

    <류근일 /본사고문, 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