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북한군에 의한 연평도 포격 때 현지 해병대 지휘관의 1차 피격 사실 보고와 대응조치에 대한 지침 하달 요구에 대해 합참 의장이 아무런 지침을 주지 않았고 2차 피격 사실을 보고했을 때서야 "20발 정도 대응사격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한 합참의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자신은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한 마디로 터무니가 없다. 우리 군의 지휘계통 사정이 콩가루 집안 같기만 하다. 이래서야 국민들이 군을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이 정도라면 입만 열면 세계 6위의 강군(强軍)을 운운해 온 한국군의 실력이 “의외로 약한 것이 아니냐”는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 쿠로다 카쓰히로(黑田 勝弘) 서울 지국장의 의문 제기를 나무랄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시비를 가려주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 같은 정황 때문에 이번 연평도 사태 전후의 상황 전개를 보는 국민의 정서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하는 전임 국방부장관이 국회 예결위에서 이 사건 발생 직후 긴급하게 현장 인근으로 출동한 F-15와 F-16 등 주력 공군기들에게 “확전(擴戰)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군 포대에 대한 폭격 임무를 부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는 언론보도 역시 많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되었지만 23일 북한군이 감행한 연평도 포격은 1941년12월7일 하와이의 진주만에 대한 일본군의 기습 공습을 연상시키는 것이었고 1950년6월25일 일요일 새벽에 있었던 북한군의 전면 남침(南侵)의 축소판이었다. 우리 군 지휘부는 가령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비대칭성 화력(火力)을 동원한 ‘진주만’ 식 기습 공격으로 그들이 입버릇처럼 협박해 온 대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거나 아니면 비무장지대 전역에서 6.25 남침과 같은 전면 남침을 전개하더라도 이번 연평도 사태 때처럼 “확전의 두려움”에 주눅이 든 나머지 예하 장병들에게 “교전수칙(交戰守則)”에 근거한 형식적인 대응을 지시할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27일자 조간신문들은 새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에 대비하여 청와대가 실시한 자체 청문회에서 표명한 소신을 보도하고 있다. 그는 “교전규칙에서 ‘확전방지’의 개념은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게 하라는 것이지 타격 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또 다시 이번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을 할 때는 “몇 배로 보복 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에 접한 많은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떨떠름하다. 특히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그 동안 보여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행적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특히 3월26일의 ‘천안함’ 사건 때, 5.24 특별담화를 통하여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을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다짐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이번 연평도 사태에 대처하는 소극적 모습과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고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임 국방부장관이 표명하는 단호한 입장과 태도만으로는 불안해 하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1941년의 진주만 공격은 미국 국민들의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주었고 엄청난 분노를 불러 이르켜 결국 일본제국의 패망을 강요했다. “진주만을 기억하자!”(Remember Pearl Harbor!)는 구호는 그로부터 4년간 미국민들의 단결과 헌신, 그리고 희생을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에너지원(源)이 되었다. 이번의 연평도 사태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연평도를 기억하자!”는 구호를 탄생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구호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수령독재체제를 무너뜨림으로써 북한동포들을 압제로부터 해방시키고 평화와 통일을 우리의 것으로 전취(戰取)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