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한경, 노예계약 맞다" 인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소송을 제기한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26)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부(재판장 노만경)는 가수 한경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부당하게 체결된 전속계약 자체에 효력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낸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양자간 체결한 계약 모두 효력이 없다"고 판시, 원고 승소 판결을 21일 내렸다.
재판부는 "과거 한경과 SM이 체결한 전속 계약은 SM에서 소속사와 연예인이라는 불평등한 지위를 악용해 10년이 넘는 장기계약을 맺고 과다한 위약금을 물리는 등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한 점이 인정된다"며 "2003년 1월 양자간 맺은 전속계약, 2007년 2월에 체결한 변경계약, 2007년 12월에 맺은 부속계약 등 세 차례의 계약체결은 모두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
실제로 한경은 고교생이던 지난 2003년 1월 부모와 함께 동석한 자리에서 첫 음반 발매를 기점으로 13년간 SM 소속으로 활동하는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후 수차례 재계약을 통해 전속 기간을 늘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경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전속계약기간이 총 13년으로, 건강 혹은 학업 등의 이유로 방송을 쉴 경우 그만큼의 기간이 자동 연장되며 ▲앨범 5만장을 팔아야 매출의 2%를 받을 수 있는 수익구조, ▲계약위반시 소속사가 투자한 금액의 3배를 물어야 하는 점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작사·작곡한 곡도 소유권이 SM엔터테인먼트에게 양도되는 점 등 소속사와 맺은 여러가지 '불평등 계약조건'을 공개, 전속계약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경과 SM이 맺은 전속계약을 살펴보면 다른 아이돌 그룹의 전례 등에 비춰볼 때 한경이 전성기 대부분을 SM에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며 "양자간 전속계약은 한경의 경제적인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무효"라고 밝혔다.
한경은 지난해 12월 SM을 상대로 전속계약무효 소송을 제기한 뒤 슈퍼주니어에서 임의 탈퇴, SM과 1년 간 법정 공방을 벌이는 동시에 중국에서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펼쳐왔다.
◆한경 변호인 측 "본안 소송 승소, 상징적 의미 커"
한편 한경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결의 김진욱 변호사는 22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과 소속사가 체결한 장기 전속계약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론이 명확히 나온 셈"이라면서 "이같은 기본권 침해 부분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한경 같은 외국인에게도 인정이 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21일 관련 소장을 접수시킨 이후로 정확히 1년 만에 본안 소송 최종 판결이 나왔다"면서 "사건 초기엔 한경이 소속사를 배신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적지 않았고 또 한경이 중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불공정한 전속계약 관행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의미한 판결이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전속 계약이라는 것이 연예계 현실상 어느 정도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인데 한경의 경우는 그 정도가 좀더 심했던 케이스"라면서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타 연예인들 역시 비슷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김 변호사는 "앞서 같은 SM 소속인 보컬그룹 동방신기의 3인(준수·재중·유천)이 지난해 7월 서울지법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 세 달 뒤 법원으로부터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아 독자적 연예 활동에 대한 명분을 확보한 사실 역시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면서 "SM이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 이의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아는데 한경의 경우에도 1심 판결에 그치지 않고 항소를 통해 지속적인 반론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한경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무효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점은 다른 소속 가수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SM 측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전속 계약 존속(효력)의 정당성을 계속해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