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특별자치도는 물론 정치권 언론까지 나서 홍보하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두고 황당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블로그나 일부매체, 트위터 등에 계속 쏟아지는 황당무계한 주장에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위원장 정운찬. 이하 추진위)가 아연실색했다.
사연은 이렇다.
최근 한 블로거가 인터넷에 “세계7대 자연경관; 제주도 - 투표 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내용은 이후 몇몇 인터넷 신문에 실렸다. 다른 블로거들이 여기저기 퍼나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구글로 찾아보면 “...사기극, 투표하지 마세요”라는 글이 주르륵 펼쳐진다.심지어 대통령이 투표하는 모습,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탤런트 고두심, 김태희 씨가 투표를 권장하는 모습, 야당국회의원이 자연경관 지지 캠페인을 하는 사진을 늘어놓고 “대통령부터 정치인까지 돈벌이사이트에 난리를 치는 멍청한 나라”라는 글이 적힌 게시물이 돌아다니기까지 한다.
-
이에대해 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일일이 대응하기도 창피할 정도”라며 허탈해했다. 양 씨는 제주도 출신 정형외과 의사로 강남의 자신의 빌딩 일부를 추진위 사무실로 무료로 내놓고, 병원도 후배의료진에게 맡긴채 불과 직원 3명 만으로 유치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런 노력 속에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나온것은 어떤 영문일까.
-
‘세계7대자연경관’은 스위스 비영리기관 ‘뉴세븐원더스’가 전세계를 상대로 전화 인터넷 SMS 등을 통한 인기투표로 결정한다. 이 기관은 지난 2007년 7월 7일 ‘신 세계7대불가사의’를 선정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발표된 행사에는 UN협력사무국장 아미르 도살이 참가하고 당시 전세계 생중계로 수억명의 시청자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참여했다.
덕분에 7대불가사의는 돈안 들이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효과를 거뒀다. 신 7대불가사의는 페루 잉카유적지 마추픽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멕시코 마야유적지,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요르단 고대도시 페트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이다.
이 기관이 지금 벌이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는 두번째 ‘범세계 투표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전세계 440개 관광지 중 261곳을 후보지로 선정해 2008년 12월 31일 1차투표를 통해 261개를 추렸다. 여기서 다시 자연경관지역 77곳을 2009년 7월 7일 뽑았다. 이를 다시 심사해 최종후보지 28곳이 최종후보로 선정됐고 올해 11월 10일까지 진행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200만명 가량이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설 왜?
그런데 이 투표가 사기라는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일까?
‘사기’ 주장의 근거는 몇가지로 정리된다.첫째, 행사를 주관하는 뉴세븐원더스가 스위스 상업단체다. 정체가 의심된다.
둘째, 전화투표를 하면 72억원의 통화료를 KT가 챙긴다.
셋째, 유네스코와 관련이 없는데 관련있는 것처럼 했다.첫째 주장과 관련,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버나드 웨버라는 남성 사기극’이라는 주장도 편다. 이 사이트의 주소가 없다거나 페이스북의 사용자도 26만명 뿐이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펄쩍 뛰었다. 그는 “전세계 수십억명을 상대로 하는 프로젝트인데, 주최측이 주소, 전화번호 등을 써놓으면 어떻게 감당을 하겠나? 로비와 부정가능성 때문에 공개를 할 수가 없
-
기 때문이라고 기관에서 밝혔다”고 했다. 그는 또 “언론을 위해선 별도의 링크를 걸어 이곳에 문의하면 24시간 안에 답장이 온다. 영어를 조금만 알면 바로 확인이 되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무총장은 단체의 성격을 의심하는 데 대해서도 황당해했다. “유엔 사이트에 명백하게 파트너십 기관으로 표시돼 있다. 유엔도 인정하는 단체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이런 논란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스위스에서 비영리 단체로 인증받은 증명서도 받아뒀다”고 밝혔다.추진위 “전세계 수십억명 상대로 사기가 될 법이나 하나!”
그러면서 “캐나다와 호주는 상호 교차투표를 해주기로 했고, 원수 지간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 등은 ‘사해’를 함께 밀기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는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인도 러시아 방글라데시 정상회의에선 ‘세계 자연유산이 돼야 벵갈 호랑이를 지켜낼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지도자들이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들이 바보냐”고 되물었다.위원장은 또 지난해 상해 엑스포 때는 여러 나라가 홍보부스를 만들어 자기 나라가 선정되도록 홍보했는데, 우리나라는 시작도 늦었다. 한 표라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투표를 말라고 선동하는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72억원 KT가 챙긴다?
72억원을 KT가 국제전화 요금으로 챙긴다 주장은 전화투표시 144원씩 계산 5000만명이 투표했을 때를 가정해 계산한 액수다. 1분간 전화는 001-1588-7715를 누르고, 2단계에서 영어 멘트를 듣고 3단계에서 투표를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양원찬 사무총장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원래 이 투표는 국제전화요금 1400원정도가 들어갔다. 이것을 국내전화요금으로 할 수 있게 KT가 나서서 해당기관 인증을 받고 겨우 얻어내 10분의 1로 줄인 것”이라며 전에 국제전화 투표를 안내했던 안내판을 보여줬다. 오히려 전화요금을 줄여 줘 칭찬받을 일이라고도 했다. 양원찬 사무총장은 또 “더욱이 인터넷을 이용하면 돈도 안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또 “4월 1일부터는 휴대폰 문자로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 KT가 챙긴다는 표현도 틀린 말이라고 말했다. “국제전화로 투표하면 투표율이 떨어져 국내요금으로 하게 해달라고 국내 주요통신사에 각각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그중 KT만 응답이 왔다.”며 반응이 없던 다른 통신사에 불쾌한 생각까지 들었었다고 소개했다.
유네스코 무관한데 관련있는 척?유네스코 행사로 홍보했다는 유네스코 관련설은 더 어처구니 없었다. 애초에 유네스코 지정 대회라고 추진위가 홍보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 홍보 브로우셔에 유네스코 관련 내용이 들어간 부분은 이렇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부문 3관왕 제주,
-2002년 생물권 자연보전지역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세계지질공원 인증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새롭게 도전합니다. -
어디를 봐도 자연경관 투표 주체가 ‘유네스코 지정’이라는 오해받을 만한 부분이 없다. 세계 유일하게 3관왕을 보유한 제주도가 선정돼야 한다는 주장뿐이다.
추진위 양 사무총장은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한 저의가 의심스럽다. 국익위해 도움을 못줄 망정 고춧가루 뿌리냐” 고 했다.
그는 또 “더 한심한 주장은 ‘3류 공항설’”이라고 혀를 찼다.
“세계7대자연경관에 뽑혀 관광객이 80% 늘어난다면 포화상태인 제주공항이 삼류국가 최악의 공항으로 전락한다는 주장도 하더라. 공항이 부족할 경우 확장하면 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것이다.7대 자연경관 선정되면 어떤효과?
실제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어떤 효과가 날까?
양 사무총장은 80%정도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세계7대 불가사의로 선정된 곳의 경우 80%가량 늘어났다는 것이 근거다. 또 이같이 투표에서 관심을 받는 과정자체가 홍보라는 것이다.
양 사무총장은 “현재 제주의 외국관광객은 연간 77만명이다. 이중 50만명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경제효과는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정운찬 전 총리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뉴세븐원더스 재단 정관에선 수익의 50%를 세계 문화 및 자연문화유산 복구에 사용토록 돼 있다"며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UN의 공식 파트너이고 7대자연경관 프로젝트에도 수많은 국가가 신청했다. 만약 재단 공신력에 문제 있다면 많은 국가가 참여하고 UN이 함께 하겠냐"고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