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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11시 42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5톤 화물차량을 수리하던 김모(남·53)씨가 트럭에 깔렸다.
부상 정도는 심각했다. 출동한 119구급대원 눈에는 여기저기 골절상은 물론 내출혈도 있어보였다. 김 씨는 급하게 인근 D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워낙 상태가 심각하다 보니 이송된 병원에서는 딱히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즉각 D 병원은 수원아주대학교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했다. 문제는 수원까지 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낮 시간 교통정체를 감안할 때 국도를 이용해 응급차로 이동하면 최소 1시간 30분은 걸린다.
긴급 상황에서 경기도의 Heli-EMS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같은 시간 경기도 소방항공대에서 헬기가 떴다. 헬기는 아주대학교병원에 있던 이국종 박사 등 응급의료진을 태우고 D 병원 인근에서 김씨를 태웠다.
헬기가 김 씨를 싣고 아주대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같이 탄 이국종 박사가 응급치료를 시작했다. D병원에서 아주대병원까지 김 씨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44분. 응급차를 이용했을 때보다 이동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헬기 내부에 갖춰진 첨단 의료기기와 이 박사의 치료가 없었다면 자칫 아까운 생명이 사라져 버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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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를 방불케 했던 이날 구조작전은 최근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이 도입한 중증외상환자 살리기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사업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박사. 그래서 ‘석해균 프로젝트’로 불린다.
이 박사는 말했다.
“헬기 하나만 지원해주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그동안 관계 기관들의 소극적 태도로 탁상공론에만 그쳤다. 그 기간이 무려 15년이다. 그동안 살리지 못한 생명이 안타깝지만, 이제서라도 경기도에 신속한 응급 후송 시스템이 갖춰져 반갑다.”
이 박사의 간곡한 요청에 김문수 경기지사는 두 팔을 걷고 지원을 약속했다. 석 선장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대형병원이 부족한 경기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해 적극 지원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동안 시범 운영을 거친 이 프로젝트가 14일 공식 개시됐다. 이날 경기도청 상황실에는 김문수 지사와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소의영 아주대학교의료원장, 배기수 경기도의료원장, 이국종 박사가 모여 ‘중증외상환자 더 살리기(석해균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이 박사는 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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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약으로 경기도는 경기도의료원, 소방방재청, 아주대학교병원은 중증외상환자 이송 연계시스템을 구축한다.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과 소방방재청은 중증외상환자 판단 기준 매뉴얼을 마련해 환자상태에 따라 이송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또 지역 응급의료기관이 도움을 요청하면 지역병원에서 아주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도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병원 간 환자이송 시 헬기를 이용할 수 없었다.
사고를 당한 환자 상태가 심각할 경우 응급구조사나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응급실에서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 헬기를 요청하면 아주대 중증외상팀이 사고현장이나 해당 의료기관에 헬기로 찾아간다. 그러면 중증 외상환자는 이송 중에도 치료가 가능하고, 병원에 빨리 도착할 수 있어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응급환자 이송에 적합한 구급전용 헬기 이탈리아 아구스타사가 제작한 AW139 기종을 구입했다. 산불진화나 등산객 구조 등에 쓰이는 다목적 헬기와는 달리 이 헬기에는 인명구조 인양기, 심실제동기를 비롯한 응급의료장비셋(EMS)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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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체결에 이어 김 지사와 관계자들은 도청 운동장에 착륙해 있던 헬기 2대에 올라 참관식을 가졌다. 김 지사는 “이 교수 팀이 석 선장을 살리면서 전 국민이 중증외상환자 살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경기도에서 헬기를 지원해 가장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박사도 “중증환자를 살리는 데 정책적으로 잘 뒷받침된 것 같다. 이런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부족한 응급의료 인력을 늘리고, 야간착륙장 등을 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며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한편 2010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중증외상으로 사망한 환자는 모두 2만8359명. 이 가운데 적절한 구조와 치료가 있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환자가 32.6%인 9245명에 이른다.
경기도는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을 거점으로 향후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연계시스템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며, 사업 성과에 따라 경기도 권역의 중증외상특성화센터 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