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코·로만 신전
    룩소르 이남
    오시리스 신화의 무대 에드푸 - 황금의 언덕의 콤 옴보

    룩소르에서 아스완에 이르는 나일 강 주변은 나일 계곡의 농경지대가 점점 좁아지고 붉은 사암 언덕이 점점 넓어진다. 「그레코·로만 신전지대」라고 불리는 이 일대에 프톨레마이오스시대와 로마시대에 세운 신전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신전 유적으로 에스나의 크눔 신전, 에드푸의 호루스 대신전, 콤 옴보의 하로에리스-소베크 신전이 있다.
    이 지역의 여행은 룩소르와 아스완 사이를 다니는 나일 강 크루즈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 ▲ 매의 머리를 가진 호루스 신상(호루스 대신전-에드푸)
    ▲ 매의 머리를 가진 호루스 신상(호루스 대신전-에드푸)
    그레코·로만시대의 신전의 특징은 전체를 설계한 다음에 신전을 지었기 때문에 신전이 짜임새가 있고 균형미를 갖추고 있다. 반면 그 이전의 왕조시대의 신전들은 선대 파라오가 신전의 중심부분을 지으면, 그 뒤를 이어 파라오들이 증축했기 때문에 카르나크 대신전처럼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하다.

    또한 그레코·로만시대의 신전은 기둥이 매우 화려하다.
    한 기둥 홀에 여러 모양의 기둥이 섞여 있는 복합기둥 양식을 이루며 기둥에 새겨져 있는 돋새김이 매우 아름답고 정교하다. 기둥머리가 하트호르 여신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기둥을 비롯하여 로터스나 파피루스나 야자수가 꽃 핀 모양을 한 개화 식 기둥, 꽃 봉우리 모양을 한 폐화식 기둥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양의 기둥들이 섞여 있다. 한 기둥 홀에 한 모양의 기둥만이 있어 매우 단조로운 왕조시대의 기둥 홀에 비하면 매우 화려하다.

    에드푸의 호루스 대신전 (Great Temple of Horus)

    룩소르에서 남으로 55㎞, 인간을 창조한 크눔 신전이 있는 에스나를 지나 룩소르와 아스완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에드푸Edfu는 옛 이름이 베흐데트Behdet였다. 이곳에 신 호루스의 대신전Great Temple of Horus이 있다. 그리스인들은 신 호루스를 그리스 신화의 아폴로Appllo 신과 같게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에드푸를 「아폴로의 도시」라는 뜻으로 아폴리노폴리스Apollinopolis라고 불렀다. 이곳은 신의 시대에 선의 상징인 신 호루스와 악의 상징인 세트가 지상의 왕권을 놓고 다툰 오시리스 신화의 무대였다.

    호루스 대신전은 프톨레마이오스 3세 때 착공하여 프톨레마이오스 12세 때 완공하기까지 180년이 걸렸다.
    신전은 거의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 1860년, 모래에 묻혀있었던 신전을 프랑스인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뜨가 발견하여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신전 앞에 프톨레마이오스 8세가 세운 탄생의 집이 있다. 오시리스와 이시스 사이에서 태어난 호루스는 오시리스 신화의 주인공으로 매의 머리를 가진 남자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호루스는 하르포크라테스Harpokrates 즉 「어린아이 호루스」·하르시에시스Harsiesis 즉 「이시스의 아들 호루스」·하라크티Harakhti 즉 「두 개의 지평선의 호루스」·하르마키스Harmakhis 즉 「지평선의 호루스」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다.
    호루스는 하늘의 신으로서 우주를 다스리는 신이며 그의 오른쪽 눈은 태양이고 왼쪽 눈은 달이었다.
    세트와 싸우면서 호루스는 왼쪽 눈을 다쳤는데 신 토트가 치료해서 고쳤다. 이때부터 호루스의 회복된 눈은 고대 이집트에서 「건전하다」는 뜻으로 웨자트Wedjat라고 불리었으며 완전한 것의 상징으로서 부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 ▲ 웨자트/ 호루스의 눈. 안전을 지켜주는 부적.
    ▲ 웨자트/ 호루스의 눈. 안전을 지켜주는 부적.
    이 신전은 전통적인 신전배치 양식으로 지었으며 탑문 - 안마당 - 기둥 홀 - 성소가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룩소르의 카르나크 대신전에 못지않게 높이 36m, 폭 137m의 거대한 탑문이 있다. 그 바깥 벽에 천지창조, 신전의 건립 과정, 호루스가 세트와 싸우는 모습,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적들과 싸우는 모습, 호루스와 하트호르의 결혼을 기념하는 모습 등을 담은 거대한 돋새김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탑문의 양쪽에 검은 화강암으로 만든 상·하 이집트의 매의 모습을 한 한 쌍의 호루스 상이 있다.

    탑문을 들어서면 32개의 둥근 기둥으로 둘러싸인 안마당이 나온다. 그 안쪽에 있는 큰 기둥 홀에는 모양이 다른 둥근 기둥이 6개씩 3열로 서 있고 그 앞에 이중 관을 쓴 매 모습의 호루스 상이 있다. 큰 기둥 홀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태양 빛이 기둥과 어우러져 신비감을 더해준다.
    큰 기둥 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나일의 방」이라고 불리는 작은 기둥 홀이 있고 그 안에 성소가 있다.

    성소에는 제30왕조의 넥타네보 2세44)<Nectanebo II: B.C.360~343>가 만든 화강암으로 된 안치대가 있다. 원래 그 위에 황금을 입힌 나무로 만든 호루스상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 성소는 작은 방으로 에워싸여 있다. 각 방에 태양신 라의 방, 오시리스의 방, 승리자 호루스의 방, 하트호르의 방, 달의 신 콘스의 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동쪽에 「새해의 사당」이라고 불리는 방이 있다. 그 천장에 누트 신의 모습과 더불어 하루 12시간을 지나는 태양선의 여정을 묘사해놓은 돋새김이 있다. 지금도 이 신전에서 오시리스 신화에서 호루스가 세트에게 이긴 것을 기념하는 「승리의 축제」가 매년 열린다.

    황금 언덕의 콤 옴보 신전 (Temple of Kom Ombo)

    에드푸를 뒤로 나일 강을 따라 차로 1시간 가까이 남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룩소르에서 남으로 170㎞, 아스완에서 북으로 45㎞에 자리한 콤 옴보Kom Ombo에 이른다. 이곳의 옛 이름은 옴보스Ombos로 「금」이라는 뜻이다. 콤은 이집트어로 「언덕」을 뜻하므로 콤 옴보란 「황금의 언덕」을 뜻한다.
    이곳 나일 강 동쪽 기슭의 나지막한 언덕에 기원전 180년, 프톨레마이오스시대에 착공,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Augustus: B.C.63~14> 황제 시대에 완성된 콤 옴보 신전이 있다. 붉은 사암으로 지은 이 신전은 신 소베크Sobek와 하로에리스Haroeris의 두 신을 모신 두 개의 신전이 함께 있다.

    탑문 - 안마당 - 기둥 홀 - 성소가 이중구조를 이룬다. 오른쪽이 악어의 머리를 가진 물의 신 소베크를 모신 신전이고 왼쪽이 매의 머리에 태양과 달의 두 눈을 가진 하늘의 신 하로에리스를 모신 신전이다. 신전은 크게 파손되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으며 둘째 기둥 홀의 천장은 없어지고 파피루스 기둥만 남아있다.
  • ▲ 아름다운 채색 돋새김 기동(콤 옴보 신전)
    ▲ 아름다운 채색 돋새김 기동(콤 옴보 신전)
    두 개의 입구로 된 신전의 탑문을 들어서면 이중으로 된 안마당이 나온다. 안마당의 벽을 따라 16개의 돌기둥이 서 있었으나 지금은 그 밑 부분만 남아있다. 첫째 기둥 홀의 벽에 파라오의 이름을 새긴 카르투시가 새겨져 있다. 둘째 기둥 홀의 벽에 호루스 신과 토트 신이 프톨레마이오스 7세에게 왕관을 씌워 주는 모습을 담은 돋새김이 있다.

    성소를 둘러싸고 있는 복도도 이중구조로 되어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신전의 벽에는 태양의 운행을 기초로 만든 달력에 1년의 행사를 상세하게 기록한 돋새김, 수술에 사용한 의료기구, 출산의 모습을 담은 돋새김이 있어 매우 흥미롭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악어는 온갖 위험이나 재해를 막아주는 성스러운 동물로 여겼다.
    신전의 남쪽에 있는 하트호르 여신의 작은 예배당에 이시스 신전에서 기른 소베크 신의 신수 악어의 미라가 보존되어 있다. 그 밖에 나일 강의 수위를 측정했던 우물식 나일로 미터가 신전 옆에 남아 있다. 콤 옴보 신전 바로 앞에 나일 강이 흐르고 선착장에 언제나 나일 크루즈가 와있다. 신전 주변에는 나일 강을 끼고 아름다운 이집트의 농촌이 펼쳐져있다.

    글-사진: 이 태원 전 한진사장, 여행가
    기파랑(www.guiparang.com 02-763-8996) 출판 <이집트의 유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