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3차원 로비...수법도 다양,"비자금 사용처 추적하면 핵폭탄 터진다"
  •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로비는 처음 보도된 것처럼 단순히 감독 당국만을 향했던 게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로비는 전방위 3차원으로 전개됐다.

    첫 로비는 목포 인맥과 광주일고 동문으로 ‘우리 편 만들기’

    불법대출을 일삼은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로비 수법을 종합해 보면, 먼저 '학연' '지연'을 앞세워 ‘이너서클’을 만든 뒤 검사기관인 금감원에 로비를 하고, 이에 대한 ‘바람막이 형태’로 대출브로커 등을 활용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저축은행 그룹 사태의 핵심은 ‘삼양타이어’에서 근무하다 박상구 회장과 함께 부산으로 온 사람들이다. 김 양 부회장, 김민영 행장 등이 그들이다. 박 회장의 아들 박연호 씨와도 고교 선후배 사이였다.

    첫 로비 대상은 목포 인맥과 광주일고였다. 박상구 회장이 부산으로 오게 된 배경, 김대중 전 대통령과 목포상고 1년 선후배 사이로 권노갑 前의원과도 허물없이 만날 수 있었던 관계라는 점, 한동안 어려움을 겪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을 통해 급성장한 점 등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04년 박상구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사업을 물려받은 박연호 회장은 광주일고 출신이다. 하지만 박연호 회장이 여러 가지 부정혐의를 저질러 당국이 주시하자 서서히 김 양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부산일보> 5월 16일자, <한겨레>5월 12일자 기사를 종합해 보면, ‘박연호 회장은 2002년부터 코스닥에 등록돼 있던 부산저축은행 주가를 조작하고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하다 2003년 7월 금감원에 적발돼 검찰에 기소됐다’고 한다.

    <부산일보>는 ‘박 회장은 이 일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2004년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울산과 전남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부산저축은행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로 배임과 뇌물공여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배임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일을 겪은 박연호 회장과 김 양 부회장은 정권이 바뀐 2003년부터 광주일고 인맥들에 손을 뻗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는 지난 27일 구속된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박형선 회장은 2005년부터 경기 시흥 납골당 사업에 관여해 불법대출을 받고, 그 인맥 때문에 로비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박연호 회장은 2003년 7월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이를 김 양 부회장에게 상의하고 같은 해 11월 박형선 회장을 소개받아 자사주 98만 주를 장외시장에서 130억 원을 받고 넘긴다. 박형선 회장은 2대 주주가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부산저축은행 그룹과 박형선 회장의 관계가 돈독해진다. 박형선 회장의 사돈이자 2006년 광주은행 부행장을 지낸 오지열 씨가 2006년 중앙부산저축은행 행장으로 취임한 것도 이 같은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형선 회장이 노무현 前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박형선 회장은 광주일고-전남대를 졸업했다. 1974년 대학 재학 중 ‘민청학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박형선 회장은 1980년 5.18에도 참여한다. 나중에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1979년 노동운동 중 숨진 그의 여동생 故박기순 씨는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故윤상원 씨와 영혼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일을 계기로 이해찬 前총리,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과 친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너서클’ 만든 후 금감원․감사원․세무당국에 접근

    이런 식으로 ‘이너서클’을 만든 부산저축은행 임원들은 본격적으로 금감원 등 감사당국과 지자체 등에 줄을 대기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그룹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금감원에 로비를 했다고 한다. 우선 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검사를 맡은 현직 간부에게는 직접 억대 현금을 전달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10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지난 11일 검찰에 구속된 금감원 수석검사역(부국장급) 이 모 씨는 2009년 2월부터 25일 동안 진행된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하면서 1억여 원을 받고 각종 부실을 눈감아줬다. 이 씨는 이때 부산저축은행이 SPC에 PF를 해준 사실을 함께 간 검사반원에게서 보고받고도 묵살했으며 심지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드러나는 자산건전성 문제마저 못 본 체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저축은행 그룹 검사를 맡았던 금감원 수석검사역 최 모 씨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0억 원이 넘는 대출 알선을 해주고 ‘수수료’로 6,000만 원을 챙겼다가 지난 6일 구속 기소됐다.

    ‘전관예우’도 십분 활용했다. 금감원 퇴직자들에게 억대 연봉을 주고 감사나 사외이사로 채용한 것이다. 금감원 국장·부국장을 지낸 후 부산저축은행 그룹 계열은행 감사로 채용된 문평기 씨 등 4명은 금감원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려 SPC 불법대출을 정상적인 대출로 위장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감추는 일을 도왔다. 금감원에서 비은행 검사업무를 담당했던 이 모 씨는 작년 말 부산2저축은행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직접 채용하지 못한 전직 금감원 간부들에게는 매월 수백만 원을 자문료나 ‘용돈’ 명목으로 쥐어줬다. 지난 13일 검찰이 체포한 금감원 비은행 검사국장 출신 유 모 씨는 2007년 퇴직한 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매월 300만 원씩 모두 2억100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는 그 댓가로 계열은행 검사 때마다 후배인 금감원 담당자에게 “너무 세게 하지 말라”며 압력을 가하거나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사반원 구성이나 검사결과 보고까지 참견하는 등 15번이나 금감원 업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세무당국이라고 특별한 건 없었다. 박형선 회장은 2008년 하반기 경기 용인시 소재 부산저축은행 SPC 소유주가 사망한 뒤 서광주세무서가 세무조사를 벌이자 이에 대해 김 양 부회장의 부탁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줬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김 양 부회장은 검찰에서 ‘박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조로 1억5,0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 5월 20일자 에서 보도한 2010년 말 기준 부산저축은행 그룹 계좌보유 현황
    ▲ 5월 20일자 <매일경제>에서 보도한 2010년 말 기준 부산저축은행 그룹 계좌보유 현황

    화려한 ‘3차원 정관계 로비’

    조사 기관들에 대한 로비와 별개로 SPC 사업과 관련된 지역 지자체장, 각계 유력인사들도 ‘로비 대상’에 포함됐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그룹이 2005년 대전 서구 관저 4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지역 관청에 로비를 했나 조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검찰은 인천 계양구 효성지구에 대해서도 로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의 사업장 주변 지자체와 관계자로 수사를 확대하는 건 이 같은 일이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양 부회장은 2009년 엄 모 前울진군수에게 골프장 인허가의 대가로 2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바 있다.

    한편 <MBC>는 지난 20일 부산저축은행 그룹이 명절마다 보낸 선물내역 목록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목록에는 청와대 인사, 국세청 공무원, 부산저축은행이 부동산 개발에 착수한 지역의 도청 국장급 간부,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대표, 건설사 대표, 유력 언론사 대표 등 모두 400여 명이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과 별개로 영업정지 직전 임직원의 연락을 받고 예금을 인출한, 4336명의 ‘VIP’ 목록도 관심을 끈다. 지난 20일 <매일경제>는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에 2010년 말 기준으로 계좌를 갖고 있는 주요 유력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이 중 부산저축은행 그룹 관계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는 외교부 차관, 국방부 차관, 군 장성, 감사원 감사위원, 부산 교육감, 대법관, 세관장 등이 망라돼 있다.

    검찰은 현재 ‘사전인출’한 4336명의 계좌 전체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이미 ‘사전인출’이 밝혀진 사람으로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과 농림부 장관을 지낸 임상규 씨도 포함돼 있다. 임상규 前장관은 광주일고 출신이면서 김민영 행장의 사돈이기도 하다.

    지난 정권 인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 지난 16일 돌연 사표를 낸 정찬수 前국토해양부 1차관도 영업정지 전 예금을 미리 인출한 게 드러났다. 그는 2010년 말 기준으로 부산저축은행 그룹에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로 약 1억3,000만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영업정지 이전 이를 모두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은진수 前감사위원도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정관계 로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 지금까지 밝혀진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다단계 로비 흐름도[출처·조선일보]
    ▲ 지금까지 밝혀진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다단계 로비 흐름도[출처·조선일보]

    은진수 前감사위원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으로 ‘BBK 방어 공신’이었다. 은진수 前감사위원은 부산상고-서울대를 나와 홍준표 한나라당 전최고위원이 검찰 강력부장 재직 시 '모래시계' 검사로 명성을 날릴 때 그 휘하에 있었다. 2003년 한나라당에 입당해 부대변인을 거쳐 2007년 대선 당시 고승덕 현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BBK사건 변호에 주력했다. 2008년 공천에서 김충환 의원과의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 후 감사원 감사위원이 된 인물이다.

    검찰은 김 양 부회장의 측근으로 정관계 로비의 창구 역할을 한 윤여성 씨를 구속하고, 그로부터 은진수 前감사위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은 씨의 형에게 제주도 카지노 감사 자리를 준 것도 윤 씨를 통해서라고 한다. 은 씨와 이들과의 인연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 씨는 2005년부터 2년간 부산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로 법률 자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은 씨에게 로비를 했다는 윤여성 씨는 인천 효성지구 재개발 사업, 경기 시흥시의 납골당 사업 등과 관련해 불법대출을 알선하고 정․관계에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윤 씨는 김 양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과 함께 불법대출과 로비를 담당한 ‘또 다른 대외창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도를 넘은 불법대출로 2010년 퇴출위기에 처하자 전방위 로비를 시작했다고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증언한다. 관계자들은 지난해 5~6월 경부터 김 양 부회장 라인의 로비스트와 소망교회 인사로 알려진 고문 변호사 박 모 씨를 통해 시작됐다는 것이다. 감사원과 금감원은 이미 은진수 前감사위원을 통해 이미 '손을 써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박 씨가 부산저축은행 그룹 경영진의 눈길을 끌게 된 건 지난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장학재단으로부터 1,000억 원을 끌어들이는 등 1,500억 원 대의 유상증자를 성사시킨 뒤부터. 부산저축은행은 당국으로부터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유상증자와 자회사 매각을 통해 퇴출을 막고자 했다. 박 씨는 여권 실세에게 줄을 댔고 불가능할 것 같던 유상증자를 성공시켰다. 박 씨는 그 댓가로 '성공보수' 6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회사 매각은 실패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그룹 경영진이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와 금감원에 '구명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금감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탄원서는 민정수석실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에는 김장호 금감원 부원장보, 권재진 민정수석과 통화도 했다고 한다. 권재진 민정수석 측은 "전화통화는 했지만 저축은행 개혁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말해줬다"고 밝히고 있다. 박 씨도 "권 수석과의 통화에서는 저축은행 개혁정책 전반에 대해 묻기만 했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영업정지(2월 17일)가 다가오자 긴급대책회의도 가졌다고 한다. 이 회의에는 박연호 회장, 김 양 부회장,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김민영 행장, 강성우 감사 등이 참석했다. 이때 참석자들이 김 양 부회장에게 '로비한 게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나중에 일부라도 검찰에 털어놔야 형이 줄어들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김 부회장은 "말할 수 없다. 힘 있는 사람이 (우리를) 봐줘야 나중에 집행유예로라도 나온다"며 로비실체를 털어놓는 걸 거부했다고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체가 의심스러운 ‘知人 대출’

    하지만 과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로비가 여기까지일까.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로비가 전 정권은 물론 현 정권의 ‘실세들’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임직원 170여 명이 ‘아는 사람들’에게 해준 7,400억 원 대의 불법대출. 부산저축은행 그룹은 이 중 6,400억 원을 ‘회수할 수 없는 대출’로 취급, 상각 처리했다. 수조 원을 대출해 빼돌린 사람들이 그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수백억 원을 대출해줬을지는 의문이다. 직원들의 ‘아는 사람들’이 SPC 설립과 관계자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김민영 행장과 김 양 부회장은 ‘지인’들에게 각각 수백억 원을 대출해주고 상각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6천억대의 천문학적 돈이 손실로 처리되었다면, 과연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바로 이 지점이 이 사건의 '뇌관'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지인들’에게 해준 불법대출 중 상당수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전현직 정․관계 고위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비자금 내역을 파악하고 사용처 조사가 이뤄진다면, 핵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