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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04년 만의 폭우에 서울 강남역 주변은 이미 물바다였다. 반면 강남역 지하철 구내는 멀쩡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조금만 심한 폭우가 쏟아져도 빗물이 들이치는 강남역이었다. 바로 옆 서초와 선릉에 비해 지대가 낮은 곳이기 때문. 지난해 강남역 침수 당시만 해도 적잖이 피해를 입었던 터였다.
이날 전철로 강남역으로 출근한 한 시민은 "강남역 주변 도로가 물바다여서 놀랐는데 지하철 역 안은 멀쩡하고 지하철도 정상 운행해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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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가 바뀌었기에 올해는 피해가 없었을까?
서울메트로는 이에 대해 “집중호우에 대비해 방재시설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작년 강남역 등 저지대에 있는 13개 지하철역의 각 출입구 턱을 25㎝씩 높였고, 2단으로 된 70㎝ 높이의 차수판(遮水版)을 모든 역에 설치했다.
차수판은 2단계 경보(시간당 강수량 30∼50㎜)가 발령되면 곧바로 입구에 옮겨지고, 3단계 경보(시간당 강수량 50㎜ 이상)가 내려지면 곧바로 설치된다. 저지대에 있는 지하철역은 이런 조치로 출입구 높이가 약 1m씩 높아진 셈이다.
이외에도 배수구도 늘리고 펌프 시설도 늘렸다. 폭우 시 도로에 넘치는 물이 환기구를 통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기구 주변에 1m 높이의 플라스틱판도 설치했다.
특히 강남역은 전날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을 보고, 사전에 배수펌프를 통해 물을 빼놓았다. 의심스러운 상가 천장은 미리 뜯어내 방수 처리를 한 것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매년 많은 비가 오면 모든 직원들이 총 동원되는 비상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지하철역사는 빗물이 일단 들어오면 그 역 뿐만 아니라 그 노선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큰 비에도 가장 핵심적인 지하철 노선인 1~4호선을 한 치의 차질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뛰어준 직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