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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가 남성들의 군 면제율이 창업세대나 2세 때는 일반인보다 적거나 비슷하다 3, 4세로 넘어가면서부터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30일 "지난 25일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성 124명의 병역 사항을 파악한 결과 아직 병역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을 제외한 114명 중 면제자 수가 40명(35.1%)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초 병무청이 조사한 일반인들의 병역 면제율 29.3%에 비해 5.8% 높은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1930∼1940년(62세 이상)에 태어난 재벌 남성은 13명 중 4명이 병역을 면제받아 면제율이 30.8%였다. 1950년대생(52∼61세)과 1960년대생(42∼51세)는 각각 27명 중 10명(37.0%)이 면제 판정을 받았고, 1970년대생(32∼41세)는 36명 가운데 15명이 군대에 가지 않아 면제율이 41.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인의 병역 면제율은 1940년대생 38.5%, 1950년대생 33.8%, 1960년대생 30.5%, 1970년대생 18.3%로 급감하는 추세를 보여 대조됐다.
재벌 집안 남성 중 병역 면제된 40명의 면제 사유는 질병 11명, 외국 국적 취득에 따른 국적 상실 9명, 과체중4명, 시력 이상 3명, 장기유학 2명, 특례 1명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10명은 병역 면제 이유가 파악되지 않아 의혹을 낳았다.
재벌 집안 남성 중 군대를 다녀온 74명 중 현역은 63명이었고 11명은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대체복무를 했다. 조사대상인 재벌가의 31세 이하 남성 21명 중 10명은 병역의무를 마쳤으나 1명이 면제가 확정됐고 10명은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았다.
재벌 별로 보면 범(凡)삼성가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으나 3세들은 거의 군대 생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질병으로 병역 면제됐으며, 이건희 회장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인희 한솔 고문의 세 아들 동혁(한솔그룹 명예회장)·동만(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동길(한솔그룹 회장)씨도 모두 군대에 가지 않았다.
범현대가에서는 2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등이 모두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다. 하지만 3세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은 모두 병역 면제자다.LG에서도 2세인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은 군 생활을 했지만 구본진 LG패션 부사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의 장남과 차남 등은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GS가는 허창수 회장과 그 아들이 군 면제 판정을 받았고, SK에서는 2세인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이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셋째 아들(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병역 특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한진그룹 가문의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두산그룹의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도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1950년대생 이전까지는 일반 국민보다 오히려 낮았던 재벌가의 면제율이 1960년대생에서는 역전돼 일반인보다 6.5%포인트 높아졌고, 1970년대생에서는 일반인의 2.3배(23.4%포인트 차)로 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며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 면제율이 3·4세로 내려올수록 많아져 대기업의 사회적 연대의식과 책임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의 이번 조사 대상은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삼성, 현대, LG, GS, SK, 롯데, 한진, 두산, 금호, 한화, 효성) 2∼4세 남성 중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 경영에 이미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사람들을 대부분 포함했으며, 그룹 경영과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일부는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