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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에게 제갈공명이 있었다면, 안철수에겐 윤여준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고려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그의 정치적 '브레인'으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주목받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대통령 선거본부서 선거전략가로 뛰었고, 오세훈 전 의원을 서울시장에 첫 당선시킨 이력도 있는 선거전문가.
그가 젊은 층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 안철수 교수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도 그들의 행보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마음 급한 호사가들은 벌써 윤 전 장관에게 ‘제갈공명' 또는 '장자방’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제갈공명이 유비를 도와 '천하삼분지계'로 촉나라를 세웠듯 윤 전 장관이 안 교수와 함께 '제3의 길'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정말 '제갈공명'이고 '장자방'인지 의문부호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희망이 없는' 한나라당과 '대안이 못되고 있는'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제3 지대'를 만들어 신진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지가 주된 관심사라는 분석은 상식적이다.
인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신념과 가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기에 좀 더 심층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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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공명' 또는 '장자방'이라 일각에서 호칭하는 윤여준은 누구?
윤 전 장관을 한마디로 평한다면, 선거전략가다.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기자생활을 했던 윤 전관은 경향신문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공보비서관을, 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이회창 선거본부를 거쳐 탄핵 후폭품에 휩싸였던 한나라당의 위기 시절엔 박근혜 대표 아래서 선대위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시작으로 2000년 16대 총선 총선기획단장, 2002년 대선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을 맡았던 것이다..
세대를 관통하고 정권은 바뀌었지만, 윤 전 장관은 정치권 경계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조직에 필요한 능력 있는 사람이란 평을 들었다. 소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선거전문가라 할 수 있다. 심지어 2006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나서 당선의 일등 공신이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청춘 콘서트’를 기획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저 정도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면 저 사람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여하간 나는 안 교수가 출마한다면 그의 당선을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라도 힘을 보태겠다.”
벤처기업 CEO에서 젊은 나이에 명망을 얻은 안 교수를,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한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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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과연 유비가 될 수 있나?
최고의 책략가이자 선거 전략가로 꼽히는 윤 전 장관이 안 교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윤 전 장관이 안 교수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당선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 정치색에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윤전장관이 노리는 것은 정치색을 배제할 수 없는 국회의원과는 달리 행정가로서의 안철수를 보여준다면 제 3 세력의 탄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전장관의 생각은 제갈공명이 형주의 객(客)으로 얹혀 지내던 유비에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형주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 비슷하게 안철수교수를 전문행정가로 부각시켜 정계로 진출시키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일견 "일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새 인물론’이 급부상한 상황에서 기존에 거론되던 나경원 최고위원(한)과 한명숙 전 총리(민)의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 당 내부의 의견충돌도 이들 두 정치인이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안 교수는 관우나 장비처럼 뛰어난 장수도 이미 여럿 보유하고 있다. 함께 청춘콘서트를 다니는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연합의원 원장, SNS를 점령한 방송인 김제동씨,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물론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스님 등 각계의 지원군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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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전장관이 생각하는 천하삼분, 그 이후는…
출마도 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당선 이후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분명 섣부르다. 하지만, 이미 여론의 기대감은 내년 대선까지 뻗쳐있다. 지루할 정도로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조조'에, 김해 봉화마을에 웅크리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은 '손권'에 놓이도록 하겠다는게 윤 전장관의 속셈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비가 형주 점령을 발판으로 천하를 삼분하듯, 안교수로 하여금 서울을 점령토록 함으로써 그를 '박근혜 문재인 손학규 김문수 정몽준' 급으로 부상시키겠다는 게 윤전장관의 생각인 듯 하다. 그러고 정치적 캐스팅 보트와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남은 것은 무주공산이 된 서울을 누가 점령하느냐다. 안 교수의 당선을 전제로 할 경우 3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째는 무소속 서울시장으로 시 행정에만 전념하는 경우다. 이 경우 ‘과연 정치권은 그를 가만히 둘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정치권의 지원 없이 자립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되지는 못한다. 모든 행정의 벤치마킹이 이뤄지는 자치단체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중앙정부 그리고 국회와 조율과 타협을 거쳐야 하는 곳이다.
20곳의 민주당 구청장과 5곳의 한나라당 구청장의 혈투를 중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도 안 교수 홀로 중립을 지키며 행정 공문서만 들여다보는 장면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는 시정 지원을 받기 위해 기존 정당으로 들어가는 경우다. 이 경우의 수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미 안 교수는 언론 등을 통해서 기성 정당에 대한 혐오감에 가까운 성향을 보여주고 있고, 배후의 윤 전장관도 “안철수 원장이 출마하게 되면 기존 정당에 입당하거나 연대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가장 다이내믹한 경우는 안 교수가 독자적으로 정당을 결성하는 경우다. 당장 코앞에 닥친 총선과 대선의 판세가 달라진다. 민주당과 손을 잡고 한나라당을 박살낼 수도 있고, 유비와 손권이 싸우다 자멸한 삼국지처럼 서로 공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교수를 주축으로 한 제3 세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충분한 캐스팅 보트로 떠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어떤 경우의 수이건, 안철수 교수의 정치권 등장과 윤여준 전 장관의 천하삼분지계는 정권사수와 탈환을 노리는 여-야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부담과 고민을 안겨줄 게 분명하다.
◇ 정치공학적이지 않은 보다 근원적 의문
여기까지는 철저히 '정치공학적 분석'이다.
다음은 보다 근원적 의문이다.
'안철수-윤여준 팀'은 서울시장은 정치영역이 아니라 행정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모두들 서울시장은 행정영역이라고 말하면서 속내는 정치영역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회창-박근혜-오세훈'을 위해 헌신한 '윤여준'과 '안철수-박경철-김제동-조국-법륜'은 왜 호흡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일까?
누구보다 '순수성과 비정치성'을 내세우는 '안철수'가 '가장 정치적이며 영혼이 없는 선거전략 전문가 윤여준'과 손잡고 '가장 정치적 행사'인 '청춘 콘서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갈공명과 장자방은 나름대로 '일관된 신념과 가치'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과연 '윤여준'이 '제갈공명' '장자방' 정도의 일관된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안철수의 신념과 가치'는 '박경철-김제동-조국-법륜'의 '신념과 가치'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속셈과 이념-신념-가치'는 안개 속에 가려 보이지 않고 피상적-감성적 말잔치만 무성한 것은 아닐까?
'안철수와 윤여준 커플'은 우리의 이같은 의문에 대해 대답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이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