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서 40대 남성들이 달려들어 부수고 카메라 빼앗아
  • 도봉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주말마다 북한인권사진을 게시하고 등산객들에게 북한의 실상에 대해 설명하던 탈북자들이 ‘민주당을 욕했다’는 이유로 집단폭행을 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오전 10시 25분 경 북한바로알기운동본부에서 활동 중인 J씨(55)와 그의 아들이 인근 상인과 시비가 붙어 집단 폭행당했다. J씨에 따르면 상황은 이랬다.

    오전 10시 도봉산 입구에 도착한 J씨 부자는 지난 3개월 간 하던 대로 ‘1인 시위’와 ‘사진전’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J씨 부자는 탈북자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북한의 실상에 무관심하다고 보았다. 또 그들이 봤을 때는 김정일 체제를 도와주는 종북 단체와 야당들의 ‘주장’에 우리 사회가 솔깃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에 J씨 부자는 지난 3개월 동안 주말이 되면 도봉산 입구와 수락산 입구에서 북한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는 사진을 게시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사진전’을 열어왔다.

  • ▲ 3일 오전 10시 25분 경 탈북자 J씨와 그 아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4~5명의 40대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사진은 도봉1파출소 경찰들이 출동한 뒤의 모습.
    ▲ 3일 오전 10시 25분 경 탈북자 J씨와 그 아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4~5명의 40대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사진은 도봉1파출소 경찰들이 출동한 뒤의 모습.

    이들의 활동에 주변 상인들은 처음에만 호기심을 가졌을 뿐 특별하게 시비를 걸거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 이들이 무상급식 문제를 제기하며 민주당과 민노당 등을 비판하면서부터였다고.

    이들이 ‘1인 시위’와 ‘사진전’을 하던 곳 맞은편 등산용품 가게의 여주인이 이들에게 “당신들 사진 때문에 장사 안 된다. 소란 피우지 말고 딴 곳으로 가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J씨는 “듣기 싫고 보기 싫으면 안 보고 안 들으면 될 거 아니냐”며 장소 옮기는 것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 같은 시비가 일어난 뒤 J씨 부자가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민주당과 민노당 등을 비판하자, 이 가게 주인은 “민주당 욕 하지 말라, 왜 욕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J씨 부자는 이들의 반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3일 오전 10시에도 별다른 걱정 없이 ‘1인 시위’와 ‘사진전’을 준비할 때였다. 건너편 가게에서 처음 보는 50대 남성이 와 “당장 집어치우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에 J씨와 그의 아들은 “당신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 그러면 북한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고 말하자 “어디 감히 나한테 ‘국민’을 들먹이냐”며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

  • ▲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주먹 등으로 폭행당한 J씨의 귀. 귀 속까지도 피가 고였다.
    ▲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주먹 등으로 폭행당한 J씨의 귀. 귀 속까지도 피가 고였다.

    J씨는 아들에게 디지털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게 했다. 이때 그 가게에서 평상복 차림의 40대 남성 4~5명이 몰려나와 J씨를 주먹으로 대여섯 차례 때리고 발로 차며 전시물들도 때려 부쉈다. J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집단폭행을 당하는 걸 보자 참지 못하고, 그 중 한 명을 두세 차례 때렸다고 한다. 이에 J씨를 폭행하던 일행은 J씨 아들에게도 집단폭행을 가한 뒤 자신들을 찍었던 카메라도 빼앗았다고 한다.

    몇 분 후 폭행 장면을 지켜보던 등산객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이 남성들은 1명만 빼고 모두 달아났다고 한다. 붙잡힌 사람은 처음에 시비를 걸던 여주인의 남편 A씨(55)였다.

    A씨는 J씨 부자와 함께 경찰서로 가서 사건 진술조서를 꾸몄다. 하지만 ‘쌍방폭행’을 주장했다고 한다. 함께 폭행한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도 “그냥 등산객들인데 저 사람들(탈북자 J씨 부자)이 시비를 걸어서 그런 것”이라며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한다.

  • ▲ 함께 폭행당한 J씨의 아들.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가 뺏긴 디지털 카메라에는 폭행 장면과 폭행한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나와 있다고 했다.
    ▲ 함께 폭행당한 J씨의 아들.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가 뺏긴 디지털 카메라에는 폭행 장면과 폭행한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나와 있다고 했다.

    이에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이걸로 오래 끌면 벌금이 100만 원 넘게 나올 테니 그냥 합의 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종용했다고 J씨 부자는 증언했다. 가해자인 A씨 또한 ‘합의하자’고 끈질기게 요구했다고 한다. J씨 부자는 북한에서의 습관 때문에 경찰의 ‘권고’를 듣고선 합의서를 작성하고 사인을 했다가,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곧바로 찢어버렸다고 한다.

    이에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쌍방폭행이 맞다”며 “현재 조사 중이다. 관계자가 아니면 나가 달라”고 말했다. A씨에게 진술을 받던 한 경찰은 기자가 형사팀 사무실로 들어가자 “당장 나가요!”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한편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강재천 민보상법개정추진운동본부 본부장은 “처음에는 시끄럽다는 말만 하다 무상급식 문제 등으로 민주당 등을 비판하자 여러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나와 집단폭행을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적인 것”이라며 “이건 분명 누군가 작심을 하고 폭행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강재천 본부장은 “이번 사건은 반드시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J씨는 병원 진단서를 끊은 뒤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생각이다. J씨는 상황이 끝난 지 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