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 메뉴 vs. 요덕 스캔들

     

  •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일부 연구자의 ‘식민지근대화론’이 ‘친일’ 매도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9/27)도 필자는 우파적인 대학생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보수의 뿌리가 친일파 등용이라는 일부의 비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만큼 8.15 해방정국과 건국 전후의 친일잔재 논란은 일부 세력이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시비하는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필자는 그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해 주었다.

      (1) 대한민국은 60년 전 친일 잔재 등 특정 개인이나 특정 부류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유 민주 인권 평등 박애의 헌법적 공공재(公共財)라는 것.

     (2) 그 헌법적 공공재와 그때그때의 정치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3) 그러나 그 헌법정신 덕택에 우리는 정권교체와 세대교체를 하면서 민주화도 하고 친일잔재도 밀어내는 등, 그 괴리를 메워 왔다는 것.

     (4) 따라서 우리의 ‘보수할 만한 보수’의 원점과 줄기는 친일잔재 아닌 대한민국 헌법가치와 헌법장전이라는 것.

     (4) 그럼에도 마치 60년 전 친일잔재가 한국 보수의 로고송(logo song)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일부 세력의 링 위에 올라가 줄 필요가 없다는 것.

     (5) 그 대신 “오늘날 불쌍한 북한 여성들이 지하의 친일파 때문에 두만강 건너로 팔려가고 있나?”라는 식으로 수세를 공세로 역전시켜야 한다는 것.

    현대사학회 소속 연구자의 ‘식민지근대화론’은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수탈경제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탈과정에서나마 사회의 모습이 조선왕조 때와는 달라졌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 아닌지?.

    “사회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지적만으로도 ’나쁜 x'이란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박정희 시절에 사회의 모습이 엄청 달라졌다”고 지적하는 것도 ”군사 권위주의를 미화하는 나쁜 x“이란 소리를 듣지 않을지? 그러나 그건 미화냐 폄하냐 하기 전에, 권위주의 시대의 그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배척하지 않으면서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변동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것뿐이다.

    대한민국은 일부 세력한테 꿀릴 게 하나도 없다. 그들이 오히려 김정일 북한을 볼 때마다 할 말을 찾지 못해 당혹스러워 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그들은 곧 죽어도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논점을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과 ‘김정일 북한’ 현실에서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60년 전 친일 잔재 이야기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박춘금(친일 대의당 당수)이 국무총리인가, 노덕술(고등계)이 경찰청장인가? 반면에 김정일 북한은 어떤가? 김정일은 저 악명 높은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최고 교형리(絞刑吏) 아닌가? 오늘의 한반도의 악(惡)의 뿌리는 여기서부터 캐나가야 한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세습 기아(饑餓) 왕국이 웬 말이고, 수용소 군도가 웬 밀인가? 반(反)인도, 반(反)인륜, 반(反)인권, 반(反)민주 반(反)민족 반(反)민중이다.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세워야 할 한반도와 지구촌 최대의 스캔들이다. 이 스캔들은 현재진행형이고 친일 메뉴는 과거완료형이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