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이념지형, 지난 15년간 북한 전체주의 추종-변호하는 쪽으로 편향
  • 이번 선거는 빅매치였다. 나경원 때문이 아니라 박원순 때문이다. 종친초(종북-친북-촛불군중) 세력의 오너가 직접 선거판에 뛰어든 셈이다. 왜 오너냐고? 지난 10년 동안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거의 1천억을 모아서 종친초 운동권에 분배한 사람이 오너가 아니라면 누가 오너가 될 수 있을까?

    원래는 박원순 앞에서 (속된 말로) 나경원은 깨죽이 났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나경원의 소신있는 처신과 건강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46%까지 따라가서 불과 3십만표 미만(29만 596표)의 차이로 좁혔다.


    '권력에 대한 시민의 승리"는 더욱 더 사나운 '증오의 편가르기' 선언

    박원순은 승리했다. 스스로 “권력에 대한 시민의 승리”란다. 그러면 나경원을 찍은 나 같은 무지랭이들은 권력의 시녀, 타도의 대상이란 말이다. 증오의 편가르기이다. 시민을 하나로 통합해서 아울러야 할 승자가 이런 끔직한 소리를 태연히 하는 게다. 이제부터 더욱 더 본격적인, 더욱 더 사나운 ‘증오의 편가르기’를 진행하기 위한 첫 선언인 셈이다.

    가장 큰 승리를 얻었다고 보일 때 가장 치명적인 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이 그렇다.
    박원순 카드는 종친초 진영에서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카드였다. 군대에 육-해-공이 있듯이 정치 지형에도  육-해-공이 있다. <정당—시민사회—이념집단>으로 이어지는 육-해-공 체제이다.

    우리 사회의 이념 지형은 지난 15년간 계속 북한 전체주의를 추종하거나 변호하는 쪽으로 편향되어 왔다. 이를 ‘종북-친북 편향’이라 부른다. 이 편형이 종친초 세력으로 나타나는 게다.


    북한인권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유럽 좌파...종친초는 꿀먹은 벙어리

    정말 이런 편향이 존재하냐고? 한 가지만 보면 안다. 유럽 좌파는 북한 인권에 대해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 비해 우리 사회의 종친초는 꿀먹은 벙어리이다. 북한 전체주의에 대해 반대하고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를 인정하는 유일한 좌파 집단은 '사회민주주의연대' 뿐이지만 정말 미약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위축되어 있다. '사회민주주의연대' 빼고는 좌파라고 할 수 없다. 북한 전체주의를 추종하거나 옹호하는 것이 어떻게 민주 사회의 좌파란 말인가? 그래서 종친초라는 이름 외에는 달리 부를 방법이 없다.


    <종북-친북 편향 이념집단>과 <시민사회>의 연결 핵심고리가 박원순

    종북-친북으로 편향되어 있는 이념집단과 시민사회를 연결한 핵심 고리가 박원순이다. 이것은 그의 행적을 보면 안다. 그는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 및 귀국보장을 위한 범추위’의 대표를 지냈다. 그와 함께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한상렬, 강정구, 오종렬이다. 2005년에 맥아더 동상 끌어내린다고 인천 자유공원에 밧줄 들고 갔던 사람들이다. 또한 그는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온건 시민단체들을 종북 단체와 결합시켜서 ‘유권자희망연대2010’을 만들어서 전교조 교육감을 대거 당선시킨 장본인이다.

    한마디로 박원순이야말로 시민사회가 종북 성향 이념단체에 대해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주던 핵심 고리이자 윤활제이자 촉매였다. 박원순에 의해 온건 시민사회와 종북성향 이념집단이 하나로 엮일 수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과 같은 정통 야당이 종친초에 질질 끌려다녔던 게다. 박원순 한 사람의 힘 덕분에 <정당—시민사회—종북성향 이념집단>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념집단-시민사회-정당정치>가 하나로 짬뽕이 된 획일구조는 취약하다

    그런데 이제 박원순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야권을 리엔지니어링 하겠단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종친초 진영의 육해공 입체 구조가 소멸하고 하나의, 지루하도록 단선적인 요소—정당정치만 남는다. 그래서 박원순의 출마선언은 의미심장하다. “시민운동의 비정파성에 한계를 느껴 정치에 뛰어든다”고 했다.

    이제부터 연예인이건 글쟁이건 사업가건 야권을 지지할 때에는 더 이상 ‘시민’이라는 위장막을 두를 수 없게 되었다. 그냥 종친초 협력자가 될 뿐이다. 아, 물론, 처음에는 막강한 듯 보일 게다. 박원순의 승리 및 통합신당 창당은 바로 이 상태가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식물을 예로 들어 보자. 질소, 칼리, 인 세가지 모두 공급해야 튼실하게 자란다. 질소만 공급하면 뿌리는 약하면서도 줄기와 잎만 무성한 웃자란 식물이 되고 만다. 한방이면 쓰러진다.
    마찬가지이다. <이념집단-시민사회-정당정치>가 하나로 짬뽕이 된 획일구조는 취약하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매우 고도화되어 있는 다원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는 정당정치가 후진적이란 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사회가 취약하다는 데에 있었다. 박원순의 승리 덕분에 완성된 획일구조는, 종친초가 시민사회로부터 완전 철수한다는 것을 뜻한다. 종친초는 이제 외줄타기, 외통수로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종친초 세력의 패배와 파멸의 길이다.


    종친초 진영이 박원순 카드를 사용한 세가지 원인

    그렇다면 종친초 진영은 왜 박원순 카드라는 마지막 패를 사용했을까? 무엇인가 매우 다급했다. 나는 여기에 세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올해 들어 아무 것도 된 것이 없었다. 전주버스파업, 유성기업 파업,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 강정마을…모두 죽을 쒔다.

    둘째, 8.24 주민투표와 216만 표무덤은 건강한 시민의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거대한 에너지 앞에 종친초 진영은 패닉에 빠졌다.  

    셋째, 곽노현의 후보매수 사건이 폭로된 것은 종친초가 얼마나 관료화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케이스였다. 후보매수 자금 중 3,4억은 마땅히 막강한 이념집단의 음성 투쟁자금에서 집행되었어야 한다. 박명기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후불’ 조건을 순순히 수용한 것은 곽노현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 배후 세력이었던 민노총과 전교조를 믿었기 때문이다. 채무자는 곽노현이지만 지불보증인은 민노총과 전교조였던 셈이다. 이 같은 지불보증인들이 “우리는 모르는 일이야. 곽노현! 당신은 교육감이 됐잖아!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일제히 발을 뺐던 게다. 이것이 관료체제의 속성이다. 해 봤자 이름이 나지 않을 일에는 당최 관심이 없는 것—이것이 바로 경직된 관료체제의 특성이다.


    종친초 내부의 관료주의...세가지를 하나로 묶은 짬뽕된 획일구조 지향

    올해 내내 이 같은 악재가 계속되자 드디어 종친초의 보스 박원순이 나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 하면서도 극심한 관료주의 근성에 물들어 가고 있는데, 상대방에서는 매우 건강한 시민의식이 급속하게 성장하게 되자 보스 자신이 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그 대가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정당—시민사회—이념집단>으로 이어지는 입체 구조를 스스로 버리고 이 세가지가 하나로 짬뽕된 획일구조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획일 구조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한방이면 간다.

    그래서 우리는 의문을 가진다. “박원순이 정치판으로 나오면, 소는 누가 키울 수 있단 말인가?”

    자, 이제 공은 이쪽으로 넘어왔다. 이 웃자란 획일구조에 ‘한방’을 날릴 능력이 생길까? 그 능력이란 무엇일까? 바로, 범보수 진영의 '정당—시민사회—이념집단'으로 이어지는 입체 구조이다. 그런데 범보수 진영에 이런 입체 구조가 생겨날 수 있을까?


    그러나 겁먹을 것 없다...그들은 오랫동안 먹이사슬과 권력 맛 즐겨온 최상층들

    지금 우리 사회를 통찰할 수 있는 정치 사상과 전략으로 무장된 소수의 이념집단이 자리잡을까? 그 이념집단이, 주요 시민사회와 연결될 수 있을까? 이 이념집단 및 시민사회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정당이 생길 수 있을까? –이것이 오늘, 박원순이 만든 종친초 획일 구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응, 나는 이렇게 막강한 놈이야. 너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What ye think of me?”

    프랑스 혁명 때 사납기 짝이 없는 군중(샹큘롯트, Sans-Culottes)를 이끌고 등장한 자코뱅(Jacobin)을 두고 한 말이다. 아, 그러나 겁먹을 것 없다.

    저들은 자코뱅이 아니며 그 지지 세력은 샹큘로트가 아니다. 저들은 오랫동안 먹이사슬과 권력의 맛을 즐겨온 최상층들이며 그 지지 세력은 대부분, 저들의 솔깃한 말에 속아 온 선량한 생활인들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펀더멘털은, 18세기 말 혁명 전야의 프랑스와 달리 매우, 매우 건강하다.

    그래서 우리는 저들, 종친초의 획일구조를 넘어설 수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은 싸움의 첫 걸음일 뿐이다. 이미 첫걸음에서 종친초의 보스를 상대로 비등한 게임을 벌였지 않은가! 


  • 박성현  저술가.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이메일    : bangmo@gmail.com
    페이스북 : www.facebook.com/bangmo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