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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넘어서야
홍준표가 “한나라당의 당명을 바꿀 수 있다,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아니, 문패 바꾼다고 집구석 달라지나? 똑같은 위인들이 이름 바꾼다고 다른 사람 되나? 국민들은 이런 꼼수에 현혹당해선 안 된다. 청년들의 말에 귀를 기우려 봤자 들을 소리는 뻔한데 무슨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듣겠다는 것인가?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자신들의 총체적인 파탄(破綻)을 자인하고 <비(非)종친초(종북 친북 촛불) 빅 텐트(big tent)>를 치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뿐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런다는 건 삶은 호박에 도래송곳 안 들어간다는 말 만큼이나 될 법도 하지 않은 소리다. 그래서 지금은 약이 없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런 저런 자성(?)의 말이 나오는 건 다 입이 있으니까 한 번 발성(發聲)해 보는 말 아닌 소리로 쳐두면 된다.
한나라당이 정히 물러나지 않겠다면 당명을 보진당(保進黨) 또는 좌우혼당(混黨)으로 바꾼 다음 내년 총선에서 원내 소수파로 콱 쪼그라지는 길도 한 번 고려해 보기 바란다. 그런 다음 이건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그 때 한 계파 신분으로 비(非)종친초 빅 텐트를 치자는 여망이 나올 경우 거기 <중간파 대표>라는 명찰을 달고 참여하면 어떻겠는지? 초청을 받을 경우 말이다.
지금으로선 과연 비(非)종친초 빅 텐트라는 제안이 어느 일각에서 나오기나 할지조차 의문이지만, 그래도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으냐는 말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꼭 정당형식이 아니더라도 20대~30대~40대~50대 우파 시민운동 참여자들의 진지한 논의가 아마 있기는 할 것이다.
논의의 제1 주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광의의 비(非)좌파권의 구태, 치부, 퇴영, 나태, 안일, 투항주의, 이기적 기득권 집착을 확 쓸어내자는 우파 숙정(肅正), 우파 혁신, 우파 재건-다시 말해 ‘창조적 파괴’ 라야 할 것이다.
우파는 파괴를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백지로 만들어 새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우파의 희망을 만들어낼 수 없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빈사상태에 빠지면, 빠져야, 그 때가 새 그림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