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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편향된 이념수업을 하는 교사들을 고발하는 청소년들을 향해 '배후에 우익단체가 있다'며 폄하하자 진보성향의 청소년단체가 "우리에게도 자율성과 주체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청소년인권운동단체 '아수나로'는 17일 '청소년단체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한청연의 활동에 관계없이, <오마이뉴스>와 '전교조'가 청소년단체 배후조종설을 제기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행사비는 자유총연맹이, 밥값은 우익단체가... 교사 사냥 19살 청소년 대표의 수상한 행보'라는 기사를 통해 청소년 단체의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교조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한청련의 활동은) 순수한 의도라 볼 수 없고, 다분히 정치적 의도와 계획된 음모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아수나로는 “(자금출처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 등은) 청소년들의 사회․정치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에 편승하는 것이고, 청소년단체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아수나로는 “우리는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전교조가 아이들을 조종해서 나오게 했다는 공정택 前서울시교육감의 발언이나 보수․수구언론들의 무책임한 발언 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오마이뉴스>의 '편견'과 '선입견'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수나로는 “청소년들은 스스로 사회․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이며 누가 배후에서 청소년단체를 조종하고 있을 거라는 식의 무리한 예단은 누구든 함부로 내리지 말아야 한다"며 전교조와 <오마이뉴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아수나로는 한청연의 활동에 대해서도 "정치적이지 않은, 비정치적 수업이란 있을 수 없다"며 시종일관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한청연의 수업 녹음 및 폭로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의견 표현을 사냥하듯이 고발하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동이다. 한청연이 이러한 활동을 그만둘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논평] 청소년단체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것에 반대한다-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의 활동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입장에 대해
청소년단체가 무슨 활동만 하면 '배후'에 뭐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나 '청소년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거의 공식이 된 것 같다.
며칠 전, 전교조의 기관지인 <교육희망>에 한 청소년단체의 운영, '배후'에 관한 의혹 제기 기사가 실렸고 해당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됐다. 아울러 전국교직원노동조합(다음부터 전교조)은 "청소년단체 이용한 전교조 죽이기 음모 즉각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모두, 교사들의 수업 중 개인 의견을 담은 발언을 녹음해서 "정치 편향 교육"이라며 고발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다음부터 한청연)이라는 단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굳이 쓰자니 종이가 아까울 정도로 당연하게도, 우리는 한청연의 이 같은 활동에 비판적이다. 정치적이지 않은, 편향되지 않은 교육이란 불가능하며, 정치적 중립이란 많은 경우 보수적인 태도를 의미하곤 한다. 예컨대 지금 학교에서 입시경쟁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 되지만, 적극적으로 입시교육을 하는 것은 비정치적인 것, 정치적 중립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정치적 태도란 지금의 사회•정치•교육체제에 순응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는 정치적인 태도이다. 우리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교사도 학생도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교실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들이 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한청연의 이번 활동과 같이, 교사와 학생 사이의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는커녕, 교사들의 의견 표현을 사냥하듯이 고발하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동이다. 우리는 교사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은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인권 기준이고 민주주의의 당연한 가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한청연이 이러한 활동을 그만둘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한청연의 활동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우리는 관련 기사, 특히 전교조의 성명에서 보이는 심각한 편견에 대해 문제제기하고자 한다. 청소년단체의 활동을 놓고 "어른들의 정치이념놀이에 …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하는 것, 누군가가 "청소년단체를 이용"하고 있다거나, "청소년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있다고 하는 것 등은, 청소년들의 사회․정치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에 편승하는 것이고, 청소년단체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회계나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후원을 받은 적이 있다거나 어디서 지원한다는 의혹이 있더라는 '카더라' 식 내용만으로 '이용'이니 '꼭두각시'니 표현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활동하는 능력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꼰대질'에는 좌우가 없고 상하만 있다고 했던가? 우리는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전교조가 아이들을 조종해서 나오게 했다는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발언이나 보수․수구언론들의 무책임한 발언 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청연의 활동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하려면, 단체 대 단체로서 당당하게 문제제기하고 대응하라. 청소년단체든 어떤 단체든, 그 단체가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고 다른 단체나 정부의 조종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려면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말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청소년들의 활동은 누군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이용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편승하는 것은, 주체적으로 사회․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모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만든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사회․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이며 누가 배후에서 청소년단체를 조종하고 있을 거라는 식의 무리한 예단은, 누구든 함부로 내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전교조 등이 이러한 발언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2011년 11월 17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