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와 <오마이뉴스>가 "정부기관과 우파 단체들이 청소년 단체를 배후조종해 교사들을 괴롭힌다"는 음모론을 제기하자 좌·우 성향의 청소년 단체들이 동시에 반박, 전교조가 곤란한 모양새가 됐다.
전교조는 16일 성명을 통해 최근 언론에 보도된 '좌편향 교사' 논란의 진원지로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이하 한청연)을 지목했다. 전교조는 수 일 전 자신들의 기관지 <희망교육>을 통해 “이 청소년 단체(한청연)가 보수단체와 정부기관의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전교조는 이 기사에서 “지난해 8월 창립한 한청련이 ‘에듀리크스(http://trueedu.kr/) ’라는 제보사이트를 운영하며 교사들의 수업 내용을 무단으로 수집, 우파 성향의 언론과 단체들에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의 이 같은 주장을 15일 <오마이뉴스>가 기사화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전교조는 16일에도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어른들이 청소년단체를 이용해 왜곡, 조작을 일삼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우파단체가 청소년단체를 이용해 전교조를 죽이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청소년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에 의해 ‘교사 사냥하는 어용단체’로 지목된 한청련의 곽도훈 대표는 ‘전교조는 학생 죽이기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 강하게 반박했다.
곽 대표는 “한청연은 순수 개인자금으로 운영하는 단체다. 운영자금은 후원금과 나의 가족이 내는 돈으로 충당한다”며 '우파단체가 배후에 있다'는 전교조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곽 대표는 “최근에는 군인 연금으로 생활하는 할아버지가 직접 한청연에 찾아와 돈을 준 적이 있다. 군대에 있는 대학생이 자신의 월급을 입금 해주기도 했다”며 후원금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전교조는 후원받은 적도 없는 곳을 거론하며 한청연이 마치 어른들이 시켜서 행동하는 '생각없는 단체'인 것처럼 비하하고 매도했다”고 항의했다.
곽 대표는 또 ‘한청연이 전교조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이미 진보 세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지원 분담금 명목으로 많은 후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이 정하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사실상 위배했다”고 지적하며 “한청연은 정치적 편향 수업을 하는 교사들의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이런 일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한청련 뿐만 아니라 진보성향의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에게도 질타를 받았다.
아수나로는 "우리는 한청연의 활동에 비판적이다. 정치적이지 않은, 편향되지 않은 교육이란 불가능하며 정치적 중립이란 많은 경우 보수적인 태도를 의미한다"며 한청련을 비판하는 태도를 보인 뒤 전교조의 행동을 '꼰대질'이라며 비판했다.
아수나로는 "우리는 (전교조 기관지와 <오마이뉴스>의) 관련 기사, 특히 전교조의 성명에서 보이는 심각한 편견에 대해 문제제기하고자 한다"며 "(전교조 성명과 기사의) 주장은 청소년단체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수나로는 "후원을 받은 적이 있다거나 어디서 지원한다는 의혹이 있더라는 '카더라' 식 내용만으로 '이용'이니 '꼭두각시'니 표현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활동하는 능력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꼰대질'에는 좌우가 없고 상하만 있다고 했던가? 우리는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전교조가 아이들을 조종해서 나오게 했다는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발언이나 보수․수구언론들의 무책임한 발언 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좌·우 성향의 청소년 단체로부터 동시다발적인 비판을 받은 전교조는 현재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르치는 청소년들에게 '어설픈 음모론'을 들이댔다 되려 '자신들이 가르친 논리'로 반박을 당해 '학생들의 편향수업 폭로'를 막으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