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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시 의회에서는 이대영 교육감 권한대행이 현충원 참배를 한 것을 놓고 ‘곽노현 교육감 면회는 안 가면서 현충원 참배는 왜 가냐’는 비판이 일었다. 너무하지 않은가.
“곽노현 교육감 면회도 안가면서 현충원 왜 가나!”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 의회 최보선 의원, 서윤기 의원, 김형태 의원 등은 “부임 후 현충원에 갈게 아니라 곽 교육감 면회를 먼저 가는 것이 옳았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현재 교육감은 곽노현”이라며 이대영 부교육감이 곽 교육감 면회는 안 가고 현충원에 참배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들은 지난 10월 28일 사퇴한 임승빈 前부교육감에 이어 부임한 이대영 부교육감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측근이라 곽 교육감의 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의심하며 견제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들은 결국 21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부교육감이 현충원 참배한 것을 문제 삼으며 곽노현 교육감에게 면회를 갈 것을 종용했고 이 부교육감은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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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충원 참배는 곽노현 교육감도 했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7월 1일 취임 전 서울현충원을 찾아 ‘대물림 끊는 희망교육, 포기없는 책임교육으로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을 후손들에 전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방명록에 남겼다.
문제는 이 의원들 논리대로라면 곽노현 교육감이 취임 전 현충원을 참배한 게 ‘애국심’이 아니라, ‘기관장의 의무’라서 갔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서울시 의원들이 보기에 ‘권한대행 따위’는 현충원 참배를 가면 안 되는 모양이다. 실제 21일 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대영 부교육감에게 ‘기관장도 아니면서 현충원에 참배를 했다’고 비난했다.
연평도 기습도발 추모하는 국민들과 현충원
꼭 1년 전 연평도에서는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북한군의 기습포격으로 숨졌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연평도 기습도발로 전사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희생자 2명을 추모하는 행사를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했다. 국방부와 합참, 보훈처 등은 북한의 연평도 기습도발 상황을 상정해 다양한 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전사자들이 안장된 대전국립현충원, 연평부대 등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다. 포항의 해병대 교육단에서는 전사자의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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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연평도 기습도발 1주기를 맞아 연평도 도발 당시 분전(奮戰)했던 부상자들에 대해 보훈대상자 지정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 보훈처의 관심과 향후 제도 개선 약속을 끌어냈다. 이처럼 전 국민이 지난해 연평도 기습도발을 상기하며, 전사자들의 애국심을 되새겼다.
연평도 기습도발 1주기가 아니라 해도 국립현충원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수많은 독립투사에서부터 6.25전쟁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분들, 전시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 숨진 분들, 그렇듯 이 나라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묻힌 곳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념을 다지기 위해 종종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공직자가 새로운 일을 맡았을 때 자신의 의무를 되새기고 순국선열 앞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하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일부 서울시 의원들의 눈에는 현충원 참배가 ‘선의의 2억 원’으로 구속된 교육감 면회보다 더 값어치가 적어 보이는 모양이다. 과연 그런가.
한 지인은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애국심을 서울국립현충원 충혼탑 비문에 뭐라 적혀있는지를 아는가 모르는가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웃기는 게 정치한답시고 젠 체 하는 사람일수록 비문을 모르더라”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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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 부교육감을 질타했던 서울시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은 현충원 충혼탑 비문에 뭐라 적혔는지 아는가. 선출직이든 정무직이든 공직자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시작하기 전 먼저 순국선열께 예를 드리는 게 정상 아닌가. 그들의 논리를 보노라면 누구를 위해 일하는 의원들인지 도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