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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현역 장교와의 대화
"노무현도 군인(상병)출신이니까 군사정권이라고 해야 하나?"
고성혁(디펜스타임즈 편집위원)
며칠전 현역장교에게 좀 싫은 소리를 했다.
나이는 필자와 거의 동년배의 현역장교다. 현역 장교는 말끝마다 옛날 "군사정권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 운동권출신이라면 다소나마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현역 군장교의 입에서 "군사정권"이라는 말을 듣자니 좀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사병출신의 필자가 보기에도 그 장교의 말은 예의를 벗어나고 있었다. 자리엔 老예비역대령도 같이 있었다.
그 장교의 말인 즉슨, 과거 군사정권때의 강압적인 선배들 때문에 자신들이 요즘 일하는데 애로점이 있다는 말이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쳐 듣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최소한의 군선배에 대한 존경심이나 예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다시 물어봤다.
"도대체 군사정권 군사정권 하는데 그 군사정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두고 하는 소리입니까?"
현역 영관급 장교인 그는 다소 멈칫하더니
"그게, 그러니까..."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난 좀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노태우정부까지를 포함하는 말입니까?"
장교는 답했다
"예"
그래서 난 재차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옛날 박정희대통령때하고 5공,6공이 군사정권이라는 말인가요? 그럼 김영삼정권은 7공화국쯤 되는 건가요?"
그러자 장교는 약간 이상한 낌새를 챗는지 자신이 없는듯한 말투로
"뭐...그런거 아닌가요?"
난 화가 났다. 매우 중요한 보직의 장교의 수준이 이렇다면 이건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난 좀 톤을 높여서 말했다.
"전두환대통령때까지를 군사정권이라고 한다면 어느정도 감안할 여지가 있지만 노태우정부까지 군사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자 보세요. 노태우같은 경우는 오랜 민간인 생활을 거친다음에 국민 직선제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가 장군출신이라고 해서 군사정권이라고 해도 됩니까? 만약에 노태우정부가 군사정권이라면 미국의 아이젠하워정부도 군사정권이겠군요?"
참고로 미국에도 장군출신의 대통령이 3명있다. 장교출신 대통령은 훨신 더 많다. 장군출신만 기술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테일러(1849~50) : 멕시코 전쟁의 영웅. 재임중 사망
-그랜트(1869~77) : 남북전쟁의 영웅. 링컨의 뒤를 이어 연임.
-아이젠하워 : 2차대전 유럽 연합군 사령관, 대통령
나의 질책성 질문에 현역장교는 적지않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난 멈출 수가 없었다. 그의 보직을 감안한다면 그냥 물러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좌파에선 5,6공 잔재를 몰아내자는 구호가 있었어요. 그런데요 현재도 6공화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공화국구분 기준을 좀 알면 그런말 못하죠. 유신정권때가 4공화국, 전두환때가 5공화국, 그리고 6.29선언이후 개헌되고 대통령직선제한 현재는 노태우이후 죽 6공화국입니다. 그래서 정부 구분을 위해서 6공화국내에선 문민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면서 구분해 부르는 것입니다"
옆에 있던 老예비역대령은 필자의 말에 동감을 표하면서 간접적으로 현역장교를 힐난하는 말로 거들었다.
"노무현도 군인(상병)출신이니까 군사정권이라고 해야 하나?"
현역장교는 묵묵부답이었다.
필자는 오늘날 우리나라 현실에서 다른 것은 다 묵과하더라도 군인이 군인답지 못한 것 모습엔 도저히 참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바로 軍이기 때문이다. 논어에 보면 [ 君君臣臣 ] 이라는 말이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 현역 군장교에 대한 현대사 교육을 정립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군내부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