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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진 회벽에 군데군데 덧칠한 자국이 남아있는 텅 빈 미술관.
오래된 건물의 내부를 촬영한 사진에서 인간은 찾을 수 없다.
그 안에 과거와 현재, 화려함과 적막함이 뒤섞여 묘한 울림을 남긴다.공간의 세부까지 명료하게 포착한 칸디다 회퍼의 사진은 관객에게 현장에 있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선사한다. 노이에 미술관 연작에서는 건물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좀 더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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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프러시안 건축 양식으로 건립된 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돼 60여 년 동안 폐허 상태로 있었으나 복원을 거쳐 2009년 재개관했다.
건물의 고유한 양식, 전쟁이 남긴 상흔, 동서독 체제 시절 보수한 흔적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물과 어우러진 사진들. 시간의 흐름이 가져온 변모와 축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60여년간 폐허로 남겨져 있던 미술관은 1997년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에 의해 복원·보수되기 시작해 2009년 본격적으로 재개관했다. 복원과 보수공사가 한창이던 1999년 미술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칸디다 회퍼는 공적 공간의 건축학적 관심을 주요 화두로 삼고 작품을 촬영해 왔다. 사진 대부분이 서점, 카페테리아, 미술관, 사무실, 동물원,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장소의 내부가 된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번 전시에는 노이에미술관 시리즈 12점과 2010년 제작된 수도원 시리즈 일부가 별도로 소개된다.
국제갤러리의 칸디다 회퍼 개인전은 지난 2005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국내 전시다.
그녀는 독일 사진가 베른트 베허가 가르쳤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루프 등과 함께 베허학파의 첫 세대 작가로 꼽힌다. 칸디다 회퍼는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파리 퐁피두현대미술센터, 베를린 국립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칸디다 회퍼는 도서관과 박물관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의 내부를 찍은 대형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작업은 ‘인간의 부재’가 특징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남긴 자취와 흔적들, 오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칸디다 회퍼는 "공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곳에 놓인 사물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간과 사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담아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전시는 이달 25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