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전교조 척결

[양원석의 교육파일] 서울교육감 선거는 ‘로또 추첨’?

우파 단일 문용린 2번 vs 좌파 단일 이수호 4번

서울교육감 재선거, 투표용지 기재순위 추첨에 희비 엇갈려
2010년 교육감 선거서 1, 2번 뽑은 당선자 16명 중 10명
지지정당 기호 따라 ‘묻지마 투표’ 폐단, 올해도 재현 우려

양원석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2.12.03 2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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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원석 기자
  • wonseok@newdaily.co.kr
  • 뉴데일리 사회부장 양원석입니다.
    사회부의 취재영역은 법원, 검찰, 경찰, 교육, 학술, 국방,안전, 공공행정, 시민사회 등 어느 부서보다도 넓습니다.
    복잡한 우리 사회엔 종종 條理와 不條理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條理가 사회통념이라면, 不條理는 비뚤어진 일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무맹랑한 선동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不條理에 맞서, 세상을 條理있게 만드는 공기(公器)가 되고자 합니다.


다음달 1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후보자에 대한 검증공방이나 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는 대선과 달리 투표용지 기재순서가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3(우파):1(중도):1(좌파)의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서울교육감 재선거 판세가 투표용지의 기재순서 때문에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서울교육감 재선거는 우파 단일후보로 확정된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파 단일후보인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이나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찌감치 우파 단일후보로 확정되면서 얼굴을 알려왔고,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아 문 후보가 초반 판세를 잡았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던 것.

곽 전 교육감이 후보사후매수죄로 중도 사퇴하면서 좌파교육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것도 문 후보의 우위를 예측하는 주요한 근거가 됐다.

같은 우파진영의 최명복 서울시 교육의원과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전 서울시 교육협력관)의 출마로 표 분산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던 2010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교육감 후보자 투표용지 기재순번을 정하는 추첨이 끝난 뒤 이런 관측이 변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투표용지 기재순위를 정하는 추첨에서 ‘행운의 1번’은 중도성향 독자후보로 나선 이상면 후보(서울대 명예교수)가 뽑았다.

문 후보는 2번을 뽑았으며, 3번은 최명복 서울시교육의원이 가져갔다. 좌파 단일후보인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과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는 각각 4, 5번을 뽑았다.

이날 추첨현장에서 1번을 뽑은 이상면 후보 진영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4번과 5번을 뽑은 이수호, 남승희 후보측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문 후보 역시 2번을 뽑아 불리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중도성향의 이상면 후보가 1번을 가져가면서 변혁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중도·보수층의 표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우파진영의 최명복 후보가 상위순번인 3번을 뽑은 것도 문 후보에게는 유리할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표 결집력이 매우 강해, 투표용지 추첨결과로 빚어진 우파의 표 분산이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실제 2010년의 경우에도 곽노현 전 교육감은 투표용지 기재순위 7번을 뽑고도 1번에 ‘당첨’된 우파진영의 이원희 전 교총회장을 눌렀다. 두 후보간 격차는 불과 1.12%p.

당시 같은 성향의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표 분산을 자초한 우파진영은 좌파 단일후보로 나선 곽노현 후보에게 서울교육감 자리를 내줬다.

좌파 진영 지지자들의 강한 표 결집력과 우파 후보의 난립은 ‘7번이 1번을 꺾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번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좌파 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가 4번을 뽑고도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이런 과거의 경험칙도 한 몫 한다.

투표용지 기재순번 추첨결과가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웃지 못 할 현상이 2년 전에 이어 다시 나타나는 이유는 교육감 선거의 특성에 원인이 있다.

교육감 선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추천이 금지돼 있어 투표용지의 후보자 기재방식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와 다르다.

대통령선거는 국회 의석수를 기준으로 후보자별 번호가 정해지며, 투표용지 기재순서 또한 이에 따른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투표용지의 후보자 성명 옆에 아라비아 숫자로 된 기호가 없이, 이름만 기재된다.

문제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 총선이나 대선과 달리 투표용지의 기재순서가 곧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서는 투표용지 기재순서를 정하는 추첨에서 첫째나 둘째 순번을 뽑은 후보자의 당선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진다.

교육감 후보자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보니 유권자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의 기호를 기준으로 투표를 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육감 후보자의 공약은 물론이고 이름도 모른 채 순번만을 보고 ‘묻지마 투표’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로또 교육감’이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 2010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첫 민선 교육감 선거에서는 16개 시도교육감 당선자 중 무려 10명이 첫째나 둘째 순번을 뽑은 후보들이었다.

구체적으로 16명의 교육감 당선자 중 투표용지 기재순위가 1번이었던 후보자는 6명, 2번은 4명이 당선됐다. 투표용지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후보자도 5명이 당선됐다.

3번 밖의 순번을 뽑고도 당선된 경우는 곽노현 전 교육감이 유일했다.

대선 판세가 요동치면서 서울교육감 재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좌우 진영 모두가 단일후보를 냈지만, 서울 유권자의 상당수가 교육감 후보자들의 이름조차 낯설어 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투표용지에 기재된 순서만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로또 교육감’의 폐단이 재현될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양원석 기자
    • wonseok@newdaily.co.kr
    • 뉴데일리 사회부장 양원석입니다.
      사회부의 취재영역은 법원, 검찰, 경찰, 교육, 학술, 국방,안전, 공공행정, 시민사회 등 어느 부서보다도 넓습니다.
      복잡한 우리 사회엔 종종 條理와 不條理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條理가 사회통념이라면, 不條理는 비뚤어진 일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무맹랑한 선동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不條理에 맞서, 세상을 條理있게 만드는 공기(公器)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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