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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안정체제를 이어가는가? 아니면 혼란 끝에 붕괴인가? 그것은 바로 올해의 운명에 달려있다. 그 이유는 이 2010년이 작년 말 화폐교환을 단행한 이후 첫 실험의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과 학계에서는 북한의 이번 신년 공동사설에 대해 한결같이 변화를 운운하고 있다.
    심지어는 “북한판 햇볕정책”, “북한의 용단”이란 표현도 남발하고 있다. 이는 안일하고 상식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위험한 해석이기도 하다.  

    북한이란 나라는 그들만의 체제논리로 이해해야 비로소 정답이다. 이번 공동사설은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주의를 더 강하게 복원하려는 김정일의 폐쇄통치 의지로 일관 돼 있다.  

    2010년 북한 신년 공동사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과거 선군제일주의로부터 당 제일주의로 선회한 것이다.

    북한정권은 경제 불안정으로 증폭되는 주민들의 체제불만을 그동안 계엄통치로 관리해왔다.  
    이는 계엄정국을 인위적으로 부각시킨 측면에선 성과를 거두었지만 대신 조선노동당의 선두적 역할과 절대적 지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희석시켰다. 결국 그동안 단일화 됐던 북한의 이념이 黨과 先軍으로 이중화되면서 북한 정권은 통치이념의 획일적 강제력을 본의 아니게 약화시켰다.  
    하여 과거에는 당의 충성만 알던 주민들이 지금은 당보다 선군에 더 익숙해지게 됐다. 이는 세뇌의 집중력을 분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충성의 목표와 의지를 저하시켰다. 때문에 이번 신년 공동사설은 선군을 초월하는 당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북한 정권의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조선노동당 창건 65돌을 국가 중대행사일로 지정한 것도 그 계기를 통해 올해 국가정서를 당제일주의화 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 째는 인민경제 발전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2010년은 향후 북한 체제의 10년을 규정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안정체제를 이어가는가? 아니면 혼란 끝에 붕괴인가? 그것은 바로 올해의 운명에 달려있다. 그 이유는 이 2010년이 작년 말 화폐교환을 단행한 이후 첫 실험의 해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 정권은 새 화폐로 이제부터 새로운 체제안정과 질서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현재 북한 정권의 가장 큰 고민은 화폐교환으로 일단 시장자본은 회수했지만 시장인력을 회수하지 못한 점이다. 그동안 배급제도가 붕괴되고 화폐가치와 상품가격을 시장이 주도한 결과 북한의 모든 인력은 유일지도에서 탈선하여 시장으로 빠져나갔다. 
    이들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명령과 복종이란 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지금껏 북한 정권은 시장에 그들을 다 빼앗긴 셈이었었다. 시장인력을 회수하자면 국가유일경제관리지도 시스템 복원이 관건이다. 
    그래야 국가가 주도하는 화폐가치로 주민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고 그 월급으로 충성과 우대의 차별화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신년 공동사설 전반을 인민경제 향상으로 채운 것은 화폐교환 이후 북한 정권의 고민이 얼마나 크고 초조한가를 여실히 보여준 반증이기도 하다.  

    셋째는 대남, 대외 분야에서 실용주의를 정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선군정치에 근거한 강한 북한을 강조하던 나머지 도발적인 언어들로 충만했는데 올해에는 대내분야에서도 선군강조가 빠지다나니 그 영향이 대외부문들에까지 이어졌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희망과 비핵화를 연결시켜 역설한 것은 북한 정권이 지금 6자회담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은 화폐교환의 첫 해인 올해에 반드시 대외지원을 극대화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생산과 소비가 아닌 수입과 소비라는 불균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폐교환으로 시장자본은 회수했지만 상품가격의 주도권은 국가가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설사 비싼 설비를 들여와 공장을 지어도 중국의 싼 상품에 밀려 유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국경연선을 통해 밀수되는 중국 상품들은 환율과 상품가격 안정을 무차별적으로 붕괴시키는 저격수이기도 하다. 어쩌면 북한이란 나라는 중국 때문에 생존하기도 하지만 중국 때문에 더 빨리 망할지도 모른다. 상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 화폐교환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충격으로 시장인력은 더 증가될 것이다.  

    때문에 과거엔 체제담보를 북미대화 조건으로 제기했다면 올해는 상품, 쌀, 등 현실적이고도 아주 구체적인 조건들을 제안할 수도 있다. 아마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바겐 제안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는 쇼를 준비하는 것으로 본다.

     이렇듯 북한은 2010년에 정권 명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북한 역사상 처음으로 적대감을 최대한 억제한 논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를 전향적인 변화로 보고 우리가 무원칙한 선의와 아량으로 화답할 경우 김대중의 햇볕정책보다 더 위험한 대북정책으로 역사에 치욕을 남기게 될 것이다.

     즉 북한 정권의 숨통을 열어줌으로서 주민들의 고통을 더 연장시키는 공범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올해의 대북정책에 다른 때와 달리 심중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우선 북한이 노리는 실용의 올해를 우리의 실용주의로 전환시켜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을 추진했더니 북한이 햇볕정책 역이용전략으로 대응한 것처럼 우리도 역이용하는 방안들을 구체화해야 한다. 

    먼저 우리 주도의 남북대화 논리를 공론화해야 한다.

    지금껏 남북대화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탓에 평화, 민족, 등 관념적이고도 추상적인 개념에 많이 구속되었다. 
    이는 북한의 이념전략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우리의 실용과는 상관없이 진행됐고 단절되기도 했다. 납북자 및 납치자 송환문제를 제기하면 북한 체제에 대한 도발로 간주될 정도로 우리에겐 너무도 주체가 없었다. 
    북한이 허리를 숙이고 손을 확실히 내밀 때 우리는 납북자 송환문제, 이산자가족 상봉 정례화, 등 우리의 이권이 반영된 당당한 요구로 남북대화 논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다음은 북한의 시장 확대와 개방에 초점이 맞춰져 역이용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가장 갈망하는 상품에 대한 지원을 주동적으로 제기하여 남북대화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 확대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  

    하여 상품의 중국의존을 한국의존으로 바꾸게 하는 전환적 계기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주는 자는 주는 자답고 받는 자는 받는 자다운 예의도 함께 배워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자면 한미일동맹이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북한은 북핵문제, 납치자 문제 등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 일본에게서 따로 따로 뜯어내는 분산전략으로 대북지원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에 기초한 국제공조와 공동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한의 이간 전술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그랜드바겐 정책에서의 한국 몫을 크게 부각시켜 미국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한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보여 일본을 기필코 끌어안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2010년은 남북한 모두에게 중대한 해이다. 북한은 화폐교환이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 하는 운명적인 해이고 우리 남한에겐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는가, 못하는가 하는 역사적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