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승만 ‘不屈’ 이원호

<406>국군 지원한 중학생

| 최종편집 2011.06.17 07: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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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6.25 ⑮  

7월 3일 한강 방위선이 무너졌다. 그러나 부산에 상륙한 미군이 대전을 지나 오산까지 북상했다. 1개 대대 병력이었지만 그 의미는 크다.

부산의 경상남도지사 양성봉의 관사를 숙소로 정한 내가 김장흥과 경관 두 명만 데리고 숙소를 나왔을 때는 7월 4일 오후 두어 시쯤 되었을 때였다. 점심을 마치자마자 시내로 나온 것이다.

전쟁에 휘말린 백성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프에서 내린 곳은 동래구의 어느 학교 앞이었다. 그곳에서는 모병을 하고 있었는데 운동장에 젊은 청년들이 가득 찼고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이곳저곳에서 지휘하고 있다.

소란스러웠지만 활기찬 분위기다. 내가 운동장 안으로 들어섰더니 힐끗거리는 젊은이들이 있었지만 모두 바쁘다. 운동장 구석 쪽에 자리 잡은 모병관 앞으로 수백 명의 청년이 늘어서 있다.

등록을 마친 청년들은 운동장 중앙에 열을 지어 주저앉았고 또 그곳에서 불리워가 다른 무리로 옮겨간다. 오가는 청년들 사이로 부모, 형제가 섞여져서 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리쳐 누구를 찾는 여인도 있다,

나는 이제 운동장 구석에 멈춰 서서 그들을 우두커니 보았다. 
운동장은 인파로 가득 차있다. 옷차림도 가지각색이어서 말쑥한 양복 차림도 있고 헌 작업복, 일제시대에 입었던 군복, 거기에다 교복 차림의 중학생 또래까지 보인다.

「이보게.」
하고 내가 저도 모르게 부른 것은 앞을 지나는 중학교 교복 차림의 소년이다. 교모에 「中」표식을 붙이고 있었으니 틀림없다. 내가 부르자 소년은 못 듣고 지나간 것을 경관 하나가 달려가 데려왔다.

김장홍이나 경관들도 사복 차림이어서 표시가 안 난다. 소년은 내 앞에 서더니 나를 빤히 보았다.
경관이 내가 누군지 말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때는 신문에 내 얼굴이 자주 나왔지만 신문도 못 보는 모양이다.

「학생도 국군 지원하러 왔는가?」
내가 묻자 소년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런데 나이가 어리다고 받아주지 않습니다.」
「몇 살인가?」

가슴이 뛰기 시작했으므로 왼손으로 가슴을 누른 내가 물었다.
「예, 열여섯인데요.」
「중학 몇 학년인가?」
「삼학년입니다.」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소년이다. 눈은 맑고 얼굴에는 솜털이 보송거렸는데 입술은 야무지게 닫혀졌다.
내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넌 집에 돌아가거라. 부모님이 걱정하실 게다.」
「부모님은 여기 안기십니다.」

소년이 다시 나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저 혼자서만 서울에서 피난 왔습니다. 그래서 국군이 되어서 부모님을 찾으러 가야 됩니다.」
「부모님 고향이 서울이시냐?」
아무래도 서울 말씨 같지가 않았으므로 그렇게 물었더니 소년은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3년 전에 평양에서 월남 해왔습니다. 부모님이 인민군이 오면 위험하다고 저 혼자만 보내셨습니다.」
「부모님은 왜 같이 못 왔어?」
「어머님이 허리를 다쳐서 아버님이 옆에 계셔야 합니다.」

그러더니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눈을 씻은 소년이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학도병 모집하는 데가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거기로 가려고 합니다.」
나는 그 소년 이름을 묻지도 못한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 물어서 또 무엇하겠냐만 이름이라도 기억해두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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