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승만 ‘不屈’ 이원호

<407>서울대 병원의 대학살

| 최종편집 2011.06.18 09: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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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6.25 ⑯

나는 7월 9일 부산에서 다시 대구로 올라와 경상북도 지사 조재천의 관사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황은 불리했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인민군의 남진을 아군은 육탄으로 막는 형국이었다.

인민군은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는데 서울대 병원의 대학살은 그 시작이었다.
내가 보고를 들은 것은 7월 10일, 조재천의 관사로 찾아온 육군 정보국장 장도영 대령한테서다.

「6월 28일입니다. 각하.」
장도영이 내 시선을 받더니 외면한 채 말을 잇는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당시 서울대 병원에 민간인과 국군 부상병이 7백여 명 쯤 있었는데 인민군 부상병들이 실려 오면서 국군과 섞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인민군들은 국군과 민간인, 간호사와 의사까지 포함해서 무차별 학살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병원을 인민군 부상자로만 채웠습니다.」

나는 눈꺼풀이 푸들푸들 떨렸으므로 두 손으로 눈을 눌렀다가 곧 두 주먹을 입으로 훅훅 불었다.
한여름인데도 손이 시린 것처럼 자주 불었다. 장도영이 내 행동에 놀란 듯 우두커니 보다가 정신을 차린 듯이 서둘러 말했다.

「학살당한 국군 부상병과 병원 직원, 민간인은 모두 7백여 명입니다. 각하.」
「공산당은 같은 민족이 아냐.」

내가 마침내 잇사이로 말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다. 적에 대한 증오심도 그 다음 일이다. 공산당 지도자 김일성이 지시했기 때문에 그 부하들이 따른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부터 김일성이 전(全) 인민군에게 내린 지시를 알고 있었다. 가차 없이 숙청하고 무자비하게 처단하라고 한 것이다. 이러니 인민군이 명령을 따르지 않겠는가? 내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이것은 이승만과 김일성의 전쟁이야」
장도영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내가 다시 말을 잇는다.

「각각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었지만 국가의 토양을 누가 얼마나 닦아 놓는지는 역사가 증명 해줄 거야.」

피는 피를 부른다. 이제 남침으로 전쟁을 일으켜 6월 28일의 첫 학살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나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공산당 세상이 되면 묻혀질 것만은 안다. 그 때 장도영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서류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각하, 국군 6사단 7연대가 인민군 15사단 18연대를 격파했습니다.」

서류를 받은 나는 인민군 2천여 명을 사살하고 수천 점의 무기와 군수품을 노획했다는 기록을 보았다. 장도영이 말을 잇는다.

「이 승리로 인민군 남하를 조금 저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각하.」
장도영의 「조금」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못질을 하는 것 같았다. 머리를 든 내가 말했다.

「7연대 전 장병을 일 계급 특진 시키라고 정총장한테 전하게.」
「예, 각하.」
대답하는 장도영의 얼굴은 여전히 그늘져 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 앉았다. 서울대 병원에서 학살당한 국군 부상병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갑자기 가슴이 메이더니 눈물이 흘러 내렸으므로 나는 심호흡을 했다.

「파파, 깼어요?」
잠이 들었던 프란체스카가 깨어나 묻길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래, 먼저 자.」

내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가는 구나. 며칠 전 부산에서 만났던 그 어린 소년의 얼굴도 떠올랐다.
지금은 소원대로 학도병이 되어있을 것인가? 창가로 다가선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씻었다.
그 순간 모질고 길게 살아왔지만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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