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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分黨) 국면을 주목하고 있는 박주선·천정배 의원 등 신당 추진 세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6일 탈당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수위의 기자회견을 하자, 조만간 탈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잠재적인 대권 주자군(群) 중의 한 명이자 전국적인 인지도와 지지세를 갖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가 가세할 경우,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야권 신당 창당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통합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7일 교통방송 〈열린아침〉에 출연해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실천하려면 이제는 신당에 함께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며 "선택은 성공의 기초가 되고 번뇌의 근원도 되는데, 지금은 선택의 시간에 와 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안철수 전 대표의 통합신당 합류를 종용했다.
박주선 의원은 전날 안철수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지지율이 자꾸만 내려가는 정당을 마지막으로 살려보겠다고 하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평가하면서도 "친노 계파의 수장인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할 때부터 본인의 최고 목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대선 후보가 되려면 친노 계파를 강화하고 확장시켜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 본인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서 친노 성향으로 공천을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이상, 안철수 전 대표의 주장이 문재인 대표에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고 관측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혁신전대 소집을 최초로 요구한 직후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광주에서 '간철수(간보는 철수)' 대신 '강철수(강해진 철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문재인 대표에게 등돌린 '호남 민심'을 새로운 정치의 동력이자 밑바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박주선 의원은 스스로 "조직도 계파도 없다"고 자처하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 호남에 탄탄한 근거를 갖춘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박주선 의원은 지난달 29일 통합신당추진위 출범식에서 "통합신당은 호남에 뿌리를 내리고 전국으로 줄기와 가지를 뻗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가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박주선 의원은 창당을 추진 중인 통합신당이 "대략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인원(현역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될 것"이라며 "(조경태·유성엽·황주홍 의원 등 새정치연합내 비주류 의원들과도) 깊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탈당 및 신당 합류) 시점을 택하는 길만 남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통합신당의 호남에서의 세(勢) 역시 결코 허세(虛勢)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주선 의원을 위시한 신당 창당 추진 세력들은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3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민주당 전진대회에서 대규모 세몰이를 했다. 이 자리에는 행사 주최측인 민주당의 김민석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은 물론 통합신당의 박주선 의원, 신민당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 정균환 전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함께 했다.
박주선 의원 측은 7일 국회에서 구(舊) 민주당 출신 전국 지역위원장 33명의 기자회견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부산·광주·대구·경기·전북·강원 등 각지 출신으로 구성된 이들 지역위원장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 총선 승리와 2017년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통합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동안 불가피하게 새정치연합에 힘을 보탠 분들이 있다면 가망 없는 새정치연합에 더 이상 매어 있지 말고 과감하게 통합신당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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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혁적국민정당의 창당을 추진하며 박주선 의원 등과는 또다른 갈래의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이날 추진위원회의를 열고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러브콜을 던졌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추진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신당은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를 열 선명한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그것을 시행할 강력한 의지와 헌신·용기·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며 "과거로 회귀하거나 현재에 안주하는 정당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의)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는 길은 신당 창당을 통해서 야권의 주도 세력을 교체하는 것뿐"이라며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인사들과 열린 자세로 널리 힘을 모아 강한 야당, 강력한 수권 대안정당을 꼭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 말씀대로 지긋지긋한 상황을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는 길은 신당 창당 뿐"이라고 답한 것은, 안철수 전 대표의 전날 기자회견과 일부러 대구(對句)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천정배 의원은 이날 추진위원회의에 앞서 김인원 변호사와 이환식 한남대 예우교수를 추가 추진위원으로 소개했다. 둘 다 정치권에서는 별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기성 정치인들과는 흐름을 별개로 가져가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내세운 '새정치'와 보조를 맞춰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합신당의 박주선 의원과 국민정당의 천정배 의원은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안철수 전 대표의 신당 합류를 요청해 왔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9월 9일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해 신당 합류를 요청했었다. 박주선 의원도 지난 2일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했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회동에 관해 "안철수 전 대표는 여론이 그러하니 (문재인 대표가 혁신전대 소집을)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나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며 "'이제는 가망 없는 주장보다 행동으로 새로운 정치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 맞다'고 했더니 (안철수 전 대표가)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야권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는 종전부터 주장해오던 '새정치'와 함께, 문재인 대표에게 등돌린 '호남 민심'을 또 하나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며 "탈당을 한다면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조직이 없는 안철수 전 대표가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할텐데 각자 장점이 뚜렷해 어느 신당 세력과 함께 할지가 관심사"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