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모인 새누리당의 중진의원들이 '제68주년 건국절'을 문제삼는 야권을 향해 "건국절 부정 주장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등 필시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나아가 이러한 최고위원·중진의원들의 뜻을 수렴한 이정현 대표는 '건국절'과 관련해 국회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 등의 형식으로 '공개 토론'을 추진할 의사도 내비쳤다. 이에 따라 1948년 8월 15일 건국을 부정하는 좌파 사관이 궤멸의 운명을 맞이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
◆정진석 "문재인,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 훼손 말라"
포문은 정진석 원내대표(4선·충남 부여공주청양)가 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15 경축사 중 '건국'과 관련한 부분을 '얼빠진 주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한 것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시한 것인데 비난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영토와 국민을 갖지 못한 망명정부였던 상해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이 생겼고,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 건국돼 이승만 박사가 초대 대통령이 됐다"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터무니없이 폄훼하는 연장선상에서 상해 임시정부가 생긴 날을 건국일이라고 하는 억측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공과(功過)는 공과대로 인정하고, 김구 선생처럼 독립투사의 애국은 애국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역사를 맘대로 일그러뜨리고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표야말로 반역사적·반헌법적·반국가적인 얼빠진 주장을 삼가라"고 꾸짖었다.
-
◆심재철 "8월 15일 건국절, 법제화 작업 이뤄져야"
그러자 심재철 국회부의장(5선·경기 안양동안을)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심재철 부의장은 "모든 사람에게 생일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생일은 1948년 8월 15일"이라며 "건국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생일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건국절을 법제화해서 8월 15일을 광복절이면서도 건국절로 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나라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새겨낼 수 있도록 뜻있는 법제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정갑윤 "법제화하기 위해 하루 빨리 국민 중지 모으자"
네 번째 발언 순서였던 정갑윤 전국위의장(5선·울산 중)도 이에 질세라 '건국절' 관련 릴레이 발언을 이어갔다.
정갑윤 의장은 "공교롭게도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절이고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인데 이게 합쳐지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며 "18대 국회에서 내가 건국절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 그 때도 독립유공자연합회에서 어이 없게도 내가 국론을 분열시킨다며 사생결단으로 하더라"고 혀를 찼다.
나아가 "이러한 (건국절) 부분에 대해서는 법제화를 하기 위해 국민들의 중지를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루 빨리 당당하게 어느 날이 건국절이라는 것을 자랑스레 여길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
◆나경원 "건국절 부정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인하는 주장"
제71주년 광복절이자 제68주년 건국절을 맞아 독도에 다녀오는 뜻깊은 행보를 한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을)은 야권,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더민주 친문(親文)패권 세력이 건국절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는데에는 필시 다른 저의(底意)가 있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나경원 의원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인정하지 않는 주장은 사실상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정통성의 의미를 축소하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며 "잘 몰라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조원진 "1998년 DJ 때 건국 50주년 사면 대대적으로 하고서 왜…"
이러한 중진의원들의 고견에 대해 최고위원들도 한목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화답했다.
조원진 최고위원(3선·대구 달서병)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건국 50주년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사면도 엄청나게 했다"며 "당시 공식 발표도 건국 50주년 사면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김대중정부~노무현정권 때의 '건국'과 18년이 지난 지금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건국'의 차이가 뭔지 곰곰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또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고 나경원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
◆유창수 "청소년들에게 건국절 관련 올바른 역사관 불어넣어야"
청년최고위원인 유창수 최고위원도 "청년으로서 다른 목소리를 내야 멋있게 보일 수는 있겠으나, 이 위대한 나라에 건국절조차 제정되지 못하고 야당에서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참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한마음 한뜻임을 강조했다.
유창수 최고위원은 "2차대전이 종식된 이후 대한민국처럼 피식민지로서 성공한 나라가 없고,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할만한 나라"라며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고 광복절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불어넣으면서 국가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게 정치의 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정현 "국가 정체성 문제… 본회의장에서 공개 토론하자"
이에 이정현 대표(3선·전남 순천)는 "하나같이 주옥같은 말씀이고, 오늘 아주 필요한 말씀을 해주셔서 고맙다"며 "건국절 문제는 간단치 않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정리했다.
이정현 대표는 "기왕 이 중요한 문제가 이렇게 크게 제기됐기 때문에, 원내대표와 상의해서 국회 5분 자유발언 등의 형식으로 국민들이 생중계로 보는 데서 제대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야당도 대선 후보를 지냈던 분이 분명한 입장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토론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이는 1948년 8월 15일의 건국을 부인하는 주장은 사실 아무런 근거가 논리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막무가내식 주장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토론을 하면 그 허무맹랑한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는 이후 당사를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건국절은 그냥 여러 사안 중 하나가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 문제"라며 "이런 것을 가지고 국론분열을 키우지 말고, 국회라는 공간이 있으니 국회본회의장에서 토론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뜻"이라고, 거듭 '공개 토론'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