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사건'이 되고 만 간첩피고사건
     
     
 정보기관이 비밀작전(covert operation)을 하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지나침의 자충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중앙정보부의 이란 콘트라 작전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럴 때마다 정보기관의 부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비밀에 부쳐져야 할 사항들이 맨얼굴을 드러내고,
국가 자체의 신뢰도도 형편없이 떨어지곤 한다.
 

 '유우성 간첩 피고사건'의 파생물인 ‘증거조작 의혹사건'의 핵심은
이미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심양 현지 영사의 지시로 휴민트 김 씨가 문서를 조작했을 경우,
 그 위조공작의 윗선이 어디까지냐 하는 게 그것이다.

이것을 조선일보 사설은 ‘남재준 국정원’이
‘몰랐든 알았든‘ 양단간에 전적인 책임을 질 일이라고 정리했다.
아닌 게 아니라 국정원은 “송구스럽다”는 말을 내놓았지만
 이번 일은 그 정도의 말 한 마디로 수습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몰랐던’ 또는 ‘알았던‘ 관련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하고,
 기관 차원의 직무책임도 물어져야 한다.
일부는 “간첩 잡는 국정원을 이렇게 까발려 난도질해서야...” 하는 걱정도 하지만,
이건 다른 누가 까발린 게 아니라 국정원 스스로 차 넣은 자살골 같은 것이다.
그러니 그 까발려짐과 난도질당함을 두고 국정원 자체 말고 누굴 탓할 것인가?
 
 불쾌한 것은 국가기관이 김 씨인가 하는, 좀 거시기하게 노는 부류를
돈 주고 부리다가 창피당할 꼬투리를 잡혔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적지(敵地)에서 공작을 하자면 그런 부류와도 불가피하게 비밀을 나눌 수밖에 없겠지만,
국가기관은 그럴수록 그런 부류에게 약점을 잡혀
지금처럼 휘둘릴 단초는 애초부터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건 국가기관의 자질문제와 능력문제로도 직결될 것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