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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프랑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 무대에서 세계 광고계 리더 ‘빅6’와 함께 유엔이 주창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는 지난 해 9월 반기문 총장이 주창해 세계 지도자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유엔 아젠다로 17개의 목표로 나뉘어 있다. 반 총장은 이의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크리에이티비티 산업계의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 공동 인식)를 호소하기 위해 이 날 쿠바 하바나에서 프랑스 칸으로 날아왔다.
24일 오전 프랑스 칸에 도착한지 불과 30분만에 칸 라이언즈 무대에 선 반 총장은 ‘팔레 데 페스티벌’ 극장 뤼미에르관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커먼 그라운드’는 SDGs를 위한 ‘백 그라운드’로,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쟁쟁한 경쟁자들이 SDGs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펼치는데 합의했다”며 ‘커먼 그라운드’ 이니셔티브의 확산을 호소했다.
‘크리에이티비티의 올림픽’이라 불리우는 칸 라이언즈에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최초로 무대에 섰다.
반 총장은 서두에서 “저는 여기 매드맨(Mad Men. 미국 드라마 제목을 따라 광고인을 일컫는 말)들에게 브리프(Brief. 광고인들에게 주어지는 캠페인 주제)를 주러 왔다”며 마치 캠페인 의뢰를 하러 온 광고주처럼 전문 용어를 구사해 극장을 꽉 채운 3천여 크리에이티브들의 환호를 받았다.
반 총장은 ‘우리 세상을 바꾸는 17개의 목표’ 라는 주제의 기조 연설을 통해 “휴머니티를 주제로사상 최대의 캠페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려고 칸 라이언즈에 왔다”며 “’커먼 그라운드’ 이니셔티브의 17개 목표는 70억 인구가 모두 좀 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추진하는데 동참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고인 여러분은 힘이 있습니다. 스토리 텔러입니다. 가난 퇴치, 불평등 퇴치, 차별 퇴치 프로젝트를 도와주세요. 인류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우린 글로벌 가난을 종식시킨 첫 세대이자 기후변화를 겪을 마지막 세대입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하면 삼성, K-Pop, 강남 스타일을 떠올리실텐데 불과 수십년전인 1950년의 한국은 전쟁통이었습니다. 마을은 불타고 집 학교 병원 같은 것이 남아날 리 없었습니다. 마침내 유엔이 와서 교과서와 음식을 주었습니다. 저는 유엔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 뒤엔 항상 유엔이 있습니다.
가난, 불공정, 불평등이 우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느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국가, 세대, 성(Gender)이 동참해야 하며 특히 민간 기업이 중요합니다. 그저 할 일만 했다는 안도감을 주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유엔은 그 동안 칸 라이언즈에서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Young Lions Competition)’을 활용해 유엔의 과제를 모색해왔습니다.
특히 여성 인력 활용을 확대하는 개인적 감성적 구체적인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이에 동참하기 위해 ‘광고계의 차르’라 할만한 분들이 여기 오셨습니다.”반 총장은 9년여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하며 얻은 가장 큰 보람으로 ‘콜롬비아 반군 무장 해제’를 꼽기도 했다. 유엔 건물 앞에 기념비도 세우기로 했다는 대목에선 큰 박수가 나왔다.기조 연설이 끝난 후 6인의 거장들과 토론이 이어졌다.
옴 니콤 존 렌 회장(John Wren/Omincom), WPP 창업자 마틴 소렐 경(Sir Martin Sorel/WPP), IPG 마이클 로스 회장(Michael Roth), 하바스 야니크 볼로레 회장(Yannick Bolore/Havas), 덴츠 타다시 이시이 회장(Tadashi Ishii/Dentsu), 퍼블리시스 모리스 레비 회장(Mauris Levy/Publicis) 등 세계 크리에이티비티 업계와 마케팅 서비스 업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6인의 경쟁 기업 회장들은 반기문 총장과 함께 SCGs를 주제로 광고 캠페인 경쟁을 하기로 선언했다.이 경쟁의 주관은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가 맡는다. 마 틴 소렐 경의 초대로 열린 칸 라이언즈 ‘디베이트’ 무대에서 6명의 거장들은 한 목소리로 “업계의 치열한 경쟁자들이 이렇게 같은 프로젝트를 한 역사는 없었다. 크리에이티비티 전문가들이 한 마음으로 ‘인류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 뭉쳤다는 건 SDGs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들은 또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국가별 젊은 크리에이티터들을 백일장으로 뽑는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의 우승자들에게 부문별로 각기 캠페인 펀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펀드를 통해 SDGs를 위한 아이디어 기획과 광고를 개발, 집행하기로 했다.첫 발언에 나선 하바스 야니크 볼로레 회장은 독특한 불어 억양의 영어로 미디어 플래닝 산업의 최강자답게 미디어와 협력을 강조했다.“클린 에너지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마술은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메시지와 창조적 컨텐츠가 다 여기 칸 라이언즈에 있으니 미디어와 협력해 캠페인을 펼치겠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모든 산업 분야로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
IPG 마이클 로스 회장은 물 부족과 접근성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지구에서 1천8백만명이 물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물 접근성의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201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유엔과 이미 협약도 했구요. 네슬레, 코카콜라 등 물 관련 기업들과 일하고 있는 덕분에 마시는 물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저희가 미디어를 생산해내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코디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옴니콤 존 렌 회장은 교육 평등과 기회를 넓히고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저 희가 아이들 교육 부문을 맡겠습니다. 크리에이티비티 종사자들에겐 저마다 나눌만한 소중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토리텔러들입니다. 교육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문제 해결의 시작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여성 교육이 중요합니다.”퍼블리시스 모리스 레비 회장은 프랑스인답게 음식을 다루겠다고 해 관객의 폭소를 샀다.“기후변화 대책에 관한 캠페인을 할 생각입니다. 지구 전체 음식은 남아도는데 굶는 사람은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린 화학회사도 농업 회사도 아니지만 공유경제 등 음식의 분배가 지속 가능한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이 토론회의 주관자이자 반기문 총장을 초대한 WPP 그룹의 CEO 마틴 소렐 경은 아직 SDGs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광고대행사들에게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기후변화 대응에 커먼 그라운드가 필요합니다. 전세계 35%의 여성이 아직도 불평등을 겪고 있습니다. 17개의 목표를 세워 재정적인 문제를 푸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 다양성과 평등성이 SDGs을 이루는 전제조건입니다. 특히 유럽에서 여기저기 고립과 소외를 당하고 있는 난민 이슈에 대해 다른 에이전시들도 동참해 적극 도와주십시오.”영상 메시지로 토론을 대신한 덴츠 타다시 이시이 회장은 ”크리에이티비티로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반 총장은 끝으로 여성 평등과 성 평등을 다시 강조했다.“여성이 제대로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난다면 인재가 2배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건강과 수명 문제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실천이 중요합니다. 제가 수많은 총리, 장관들에게 부탁했듯이 여기 글로벌 광고인들에게도 부탁합니다. 자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참여와 스토리텔링 능력을 원합니다.”3천여관객이 모두 일어섰다. 반기문 총장과 6인의 거장을 향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2016년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엔 4만3천여점의 캠페인 작품들이 경쟁을 벌였으며 전세계에서 광고계, 마케팅계, 보건의료계, 교육계, 미디어계 등에서 1만5천여명이 참가했다. 삼성전자가 25일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상을 수상한다.칸 라이언즈의 수상작들과 기조 연설 등 주요 세미나들은 오는 10월20일(목)부터 22일(토)까지 광화문 씨네큐브 극장에서 사흘간 전시-상영된다.(프랑스 칸=이성복 뉴데일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