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비판-마르크스 공산주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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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고)黃長燁 선생이 김일성을 김정일만큼 비판하지 않는다고 의심하는 이들이 있었다.
심지어 專向(전향)하지 않았다고 오해한 사람들도 있다. 黃 선생은 김일성의 인간적 장점, 예컨대 부지런하고 현장을 중시하며 포용력이 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도 정치적, 역사적으로 평가할 때는 가혹하였다.
자신과의 인간적 인연을 기억하면서도 公的인 측면의 평가는 단호하였다. 예컨대 지난 8월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김일성을 '俗物(속물)'이라고 했다. 神처럼 추앙받던 이에 대한 가장 매서운 평가였다.
"김일성은 俗物이었습니다. 스탈린과 毛澤東은 악당이었지만 한 구석엔 영웅적 풍모가 있었어요. 가족을 편애하지 않았습니다. 김일성은 김정일을 애지중지하면서 권력을 넘기더니 나중엔 아들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요. 어느 자리에서 김일성이 爲民(위민)해야 한다고 연설을 하는데 이를 듣고 있던 김정일이 저의 귀에다 대고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黃 선생, 爲民이 다 뭡니까? 인민에겐 무섭게 대해야 돼요."
黃 선생은 2001년 책(‘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에서 김일성을 이렇게 비판하였다.
<그는 자기 아들의 권력 앞에 아부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마지막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정권을 아들에게 넘겨줌으로써 김정일과 함께 수치스러운 길을 걷게 되었으며, 그의 한 生의 전반부까지도 다 망쳐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黃 선생은 사회와 역사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마르크스的 방법론의 기여를 평가하면서도 본질적인 부정을 한 사람이다. 1999년 필자에게 한 말이다.
"처음엔 공산주의 사상이 인도주의였습니다. 마르크스가 나오면서 무자비한 계급투쟁은 필연이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해서만 공산주의 사회로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선 수령이 黨을, 黨이 노동자 계급을, 노동자가 人民을 대표한다고 해버렸습니다. 레닌까지만 해도 수령론을 부정하였지만, 제 생각으론 마르크스주의를 집행하려면 스탈린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자꾸 탁상공론하는 학자들이 마르크스주의는 괜찮은데 레닌과 스탈린이 변질시켰다고 그러는데, 계급투쟁론을 가지고 독재를 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요컨대 마르크스의 이론 안에 악마의 씨앗이 원초적으로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정확한 비판은 있을 수 없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